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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는 트럭의 문을 열고 내려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려고 했지만 다니엘이 정대가 내리는 것을 막았다.

 

”이 트럭 안이 제일 안전합니다. 잠시만 상황을 지켜보시죠.”

 

정대는 너무도 낡은 트럭 안이 안전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다니엘이 단호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기 때문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잠시 후 멀리 보였던 트럭은 정대가 타고 있는 트럭 쪽으로 다가오더니 바로 옆에 섰다. 트럭의 짐칸은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고 겉모습은 정대 일행이 타고 있는 트럭만큼이나 낡아 보였다.

 

트럭에서 군복을 입은 두 사람이 내렸는데 정규군의 옷은 아니었다. 요나단이 했던 것처럼 짐칸에서 물통을 꺼내어 우물가 쪽으로 갔다. 군복을 입은 두 사람은 물통을 들고 트럭 쪽으로 오는 요나단을 스쳐지나 갔고 요나단은 아무 일 없는 듯 마지막 물통을 짐칸에 싣고는 운전석으로 와서 시동을 걸었다. 트럭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정대는 안주머니에서 손은 뺐지만 창밖과 백미러를 번갈아 보면서 긴장을 늦추지는 않았다. 한 시간 정도 달린 트럭은 큰길을 벗어나 좁은 샛길로 들어섰는데 길 한편에 ALRM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보였다.

 

“요나단이 사는 마을에서 식사를 한 후 국경으로 갈 겁니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정대의 마음은 불편했고 다니엘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니엘은 다시 한 번 말했고 그제야 정대는 다니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트럭이 벽돌로 지어진 2층 집 앞에 멈춰 섰는데 정대는 처음 요나단의 트럭을 보았을 때 느낌이 들었다. 요나단은 트럭에서 내리며 다니엘과 정대에게 얼른 내리라는 듯이 웃으면서 손짓했다.
 
트럭에서 내린 다니엘과 정대의 눈에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7세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요나단에게 뛰어 들어와 안기는 모습과 흰 티와 갈색 반바지를 입은1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아무 말 없이 요나단에게 인사를 하고 트럭으로 묵묵히 걸어가 짐칸에서 물통 꺼내어 집안으로 나르는 모습이 보였다. 정대는 소년을 도와 물통을 나르려 했고 그때 집에서 나오는 소년이 무어라고 정대에게 소리쳤다. 물통을 들고 걸어오는 정대에게 다니엘이 말리면서 말했다.

 

“손님이 집안일을 돕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그 말에 정대는 물통을 바닥에 내려놓은 손을 때고 소년에게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소년은 정대가 들고 오던 물통을 다시 트럭의 짐칸에 싣고 다시 그 물통을 내려서 집안으로 옮겼다.  요나단은 소녀를 안은 채 집의 현관으로 보이는 문을 열며 큰 소리로 무어라고 말하며 정대와 다니엘을 거실로 안내했다.

 

거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고 커다란 소파와 천장에는 선풍기가 달려 있었다. 밖의 모습과는 다르게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요나단의 품에 안겨 있던 소녀는 얼른 내려와 소파로 향했고 소파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한 명 앉아 있다가 일어나며 다니엘에게 반가운 듯 인사를 했다. 이어서 뒤에 있는 정대에 관해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요나단에게 무어라고 말하자 요나단이 웃으면서 그 여성의 손을 끌어 정대 앞으로 데리고 온 후 영어로 말했다.

 

“내 아내인 나오미 입니다.”


정대는 영어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인사했고 나오미도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요나단 부부와 정대와 다니엘 그리고 소녀가 소파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물통을 다 나른 듯 소년이 들어오며 무어라고 소리치며 요나단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요나단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볼에 뽀뽀를 했고 소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옆 소파에 앉았다.


그 때 요나단이 앉아 소파에 앉아 있는 소년과 소녀에게 무언가를 말하면서 일어나라는 손짓을 했고 소년과 소녀는 일어나서 정대에게 인사를 했다. 소년은 무어라고 말하고는 열 손가락을 다 펴서 정대에게 보여 주었고 소녀도 소년과 같은 행동을 보였는데 열 손가락을 다 펴지 않고 일곱 개만 펴서 보여 주었다.  다니엘은 소년과 소녀의 이름과 나이를 정대에게 말해 주었다. 소년의 이름은 아벨인데 요나단의 둘째 아들로 10살이었고 소녀의 이름은 라헬인데 막내딸로 7살 이었다.

 

소년을 도우려던 자신의 행동이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는 것에 정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주머니에서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합친 크기의 미니 자동차를 꺼내어 자신의 맞은 편 소파에 앉아 있던 소년에게 내밀었다.요나단의 눈치를 살피던 소년은 요나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손을 내밀었고 정대는 소년의 손에 작은 자동차를 건넸다.

 

소년은 자신의 손바닥에 있는 자동차와 정대를 번갈아 가면서 무엇이라고 말하며 인사를 하고는 웃으며 밖으로 뛰어 나갔고 소년을 따라 소녀도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요나단 부부가 어디론가 가더니 거실에 놓을 접이식 식탁을 가지고 왔다. 거실에 식탁이 노이고 빵과 양고기 스프가 나왔다. 밖으로 나간 두 남매도 배가 고플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 다니엘이 표정을 읽었는지 요나단에게 말했고 요나단이 웃으며 다니엘에게 무어라고 말했다.  
 
 "아이들 점심은 따로 준비해서 먼저 주었다고 합니다."
 
 다니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정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가 시작 되었고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기에 자신의 접시에 놓여 있던 빵을 다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다니엘이 요나단에게 무어라고 말했고 요나단은 위쪽을 가리켰다. 다니엘이 정대에게 말했다.

 

“이층에 손님용 작은 방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서 잠시 쉬어도 된다고 합니다. 같이 가시죠.”

 

정대와 다니엘은 요나단의 안내에 따라 이층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창문이 눈에 들어 왔고 방안에는 카펫만이 깔려 있었다. 정대는 조심스럽게 창문으로 향해 밖을 살폈는데 그 때 우물에서 보았던 트럭이 요나단의 집 옆에 있는 작은 길을 지나서 어디론가 가는 것이 보였다.

 

 

다음 화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6월에 다시 연재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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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쓴 채로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태음의 모습을 보며 선환은 그렇게 찾아 다니던 태음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태음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반갑습니다.”

 

선환의 옷은 계속해서 내리는 비로 인해 금방 다 젖었지만 선환은 태음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고 태음은 아무 말 없이 선환과 악수를 했다.

 

“어디로 가서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데 어떠십니까?”

 

“우선 옷을 갈아입으시고 나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선환은 처음으로 들은 태음의 맑고 매력적인 목소리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아 괜찮습니다. 금방 마를 텐데 그냥 가시죠.”

 

선환은 자신이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이에 태음이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젖은 옷을 입은 채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태음이 왼쪽을 지나 커피 전문점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려고 할 때 태음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전 여기 그대로 있을 테니 옷을 갈아입으시고 우산을 가지고 나오십시오.”

 

“그냥 가도 괜찮습니다.”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선환은 고집을 부렸지만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태음의 모습에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선환은 자신의 집으로 뛰어 들어가며 고개를 돌려 태음에게 말했다.

 

“3분 아니 1분이면 되니까 꼭 여기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집으로 들어온 선환은 비에 젖은 옷을 벗어 바닥에 던져 놓고는 옷장에서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정장을 꺼내어 입은 후 태음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를 생각하며 우산을 들고 서둘러 태음이 있는 집 밖으로 향했다. 태음은 그 자리에 아무 말 없이 서 있었고 안심한 선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많이 기다리셨죠. 이제 가시죠.”

 

“정말 그렇게 가실 겁니까?”

 

태음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고

 

“무슨 말씀이신지?”

 

선환은 이유를 몰라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이 정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 슬리퍼를 신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10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선환은 구두를 꺼내어 신고 태음에게 향했다

 

“이제 완벽하죠?

 

선환은 우산을 쓴 채로 태음 앞에서 한 바퀴 돌았고 태음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완벽합니다.”

 

“커피 좋아하십니까? 여기 커피 맛이 기가 막힌 곳이 있는데 어떠십니까?”

 

“네, 거기로 가시죠.”

 

선환은 아무도 태음에게 다가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매니져 시절 했던 것처럼 태음의 앞 쪽에서 걸으며 사람들이 태음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행동을 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5분쯤 걸은 후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고 선환이 말했다.

 

“여깁니다.”

 

두 사람은 오래된 간판에 추억이라고 적혀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다음화는 화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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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4월 7일 흐림


드디어 아씨의 행방을 찾았다. 몇 번을 찾았지만 만나기 직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셔서 만날 수 없었던 아씨! 내 나이 이제 아흔이지만 아씨를 생각하면 마당을 쓸던 어린 돌쇠가 된다. 아씨, 아씨 부르며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잠에서 깨면 내일은 만날 수 있기를.


일기의 내용은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태음은 양 회장이 회심에 찬 미소로 자신에게 내밀었던 일기장의 내용이 앞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아 조금은 황당한 표정을 일기장을 바라보며 지었고 양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일기장의 다음 장을 펼쳤다. 그러자 사진을 넣는 봉지가 일기장에 붙어 있었고 그 봉지 안에는 흑백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그 사진에는 부녀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양 회장은 그 사진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고 안주머니에서 또 다른 사진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사진에는 조금 전 보았던 흑백 사진에 찍혀 있던 부녀의 모습 중 딸의 모습이 흑백이 아닌 컬러 사진으로 찍혀 있었다.


양 회장은 컬러 사진을 채성의 앞에 놓았다가 이내 뒷면을 보여 주었는데 거기에는 파란색으로 1978년 10월 10일 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채성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사진 속의 인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흑백 사진과 컬러사진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사진은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데 사진 속의 사람은 그대로 인 것 같습니다.”


양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당황해 하는 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똑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이 사진은 사실 아씨의 손녀의 사진입니다.”


“손녀요?"


“네”


“그렇다면 회장님의 아버님께서 시장에서 본 아씨의 모습을 한 사람은?”


“네. 아씨의 따님이었던 거지요”

 

"아! 그렇다면 시장에서 본 아씨의 어머니가 진짜 아씨였던 것이군요"

 

양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일기장에 붙여진 봉지에 넣고 일기장을 덮었다.


“회장님 아무리 딸과 어머니는 닮는다고 하지만 이건 사진만 보면 똑같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장님의 아버님께서 아씨를 본 것으로 착각 하셨었나 봅니다."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던 채성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은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이렇게 여러 가지 실마리를 가지고 계시다면 회장님께서 직접 사람을 시켜서 데리고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만”

양 회장은 양손을 팔짱을 끼고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채성군 제가 채성군에게 부탁한 것이 뭐였지요? “


 

“회장님의 아버님께 ‘다시 한 번 아씨의 피아노 소리를 들려 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씨의 피아노 소리보다 아씨를 직접 데려오시는 것이 회장님 아버님께 더 좋은 일 이 아닐까요?”


 

양 회장은 깊은 한숨을 쉰 후에 말했다.


 

“아씨를 데려온다고 해도 아버지께서는 이제 아씨를 보실 수 없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아무 소리도 들으실 수 없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저도 아씨의 손녀를 데려오기 위해 아버지처럼 여러 번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마다 번번이 실패를 했지요. 그래서 이번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채성군에게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양 회장은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채성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내용물을 꺼내 보세요”


 

채성은 봉투 안에 있는 것들을 테이블에 하나씩 꺼내어 놓기 시작했다. 내용물은 투명한 USB와 신용카드 금액이 적혀 있지 않은 수표 한 장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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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음은 다시 피아노에 앉아 건반으로 오른손을 가져가 검지로 건반 하나를 눌렀다.


“미”


피아노를 한 번도 쳐보지 못한 사람이 피아노를 처음 쳤을 때의 표정과 자세 였다.


“파”


태음은 자신이 놀라운 실력으로 피아노를 연주 했다고 들어서인지 용기를 내여 양손으로 피아노의 건반을 눌렀다. 그의 행동은 피아노를 친다. 라고 하기엔 너무도 어설펐기 때문에 정말 누른다고 말하는 것이 맞았다. 잔뜩 기대를 했던 고시텔 사람들은 태음의 피아노 소리에 금방 실망을 하고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들이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 식당을 치우기 시작했다.


태음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알기 위해 더욱 열심히 피아노의 건반을 눌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총무 형이 태음에게 다가와 말했다.


“태음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피아논 치고 싶을 때 마음대로 칠 수 있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 그라”


태음은 한 숨을 내쉬고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의문을 품은 채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나 사람들과 함께 식당을 치우기 시작했다.


식당 정리가 끝나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방으로 사라진 후에 태음은 다시 한 번 피아노에 앉아서 건반을 눌러 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씻기 위해 샤워실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씻고 나가서 그런지 샤워실의 거울은 습기로 인해 뿌옇게 되어 있었고 태음은 왼 손으로 거울을 닦았다. 샤워기를 틀자 따뜻한 물이 비처럼 태음에게 쏟아졌고 닦았던 거울은 습기로 인해 다시 뿌옇게 되었다. 샴푸로 머리를 감기 시작했고 태음은 눈을 감았다. 샤워기의 물로 머리의 거품을 다 제거한 후 감았던 눈을 떴다. 아무 생각 없이 거울을 쳐다보았는데 거울에는 자신의 뒤쪽에 검은 물체 하나가 보였다. 태음은 너무 놀라 고개를 뒤쪽으로 돌렸고 그 곳에는 아침에 보았던 중년의 여성이 서 있었다.


옆에 걸려 있던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며 태음이 소리쳤다.


“으악 놀래라 여기는 어떻게 들어 오셨어요?”


중년의 여성은 태음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환한 빛이 샤워 실을 감싸더니 잠시 후 태음은 옷을 입은 상태로 꽃이 핀 들판에 서 있었다. 갑작스런 일에 태음은 이리저리 두리 번 거리기 시작했고 멀리 하얀 피아노 한대와 거기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태음은 피아노 쪽으로 걸어갔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태음의 기척을 느꼈는지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태음을 보았다. 그 사람은 아침에 보았던 중년 여성이었다.


“태음군 반가워.”


중년의 여성은 팔꿈치까지 오는 긴 검은 장갑을 낀 오른 손을 내밀어 태음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침에 만난 분 인건 알겠는데 도대체 누구시죠?”


태음은 뒤로 물러서며 두려움과 의문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은 이나주라고 전에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던 것 같은데 벌써 잊어 버렸네”


“저에게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갑자기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된 건 뭐고 다시 못 치게 된 건 또 뭔가요? 전 태어나서 피아노를 한 번도 쳐본 적이 없어요.”


당황스러워하는 태음의 표정이 재미있었는지 이나주는 팔꿈치까지 오는 긴 하얀 장갑을 낀 왼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다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태음 군이 피아노를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다는 것은 사실과 달라요. 태음군은 피아노를 아주 잘 쳤었죠.”


이나주의 말에 태음의 눈은 놀라움으로 잠시 커졌지만 이내 의심의 눈으로 바뀌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은데 태음군은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태음군의 나이는 다섯 살 이었죠.”


태음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사고로 어렸을 때 기억을 잊어 버렸다고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막하시면 안 되죠.”


“사실이에요. 태음군은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어요.”


태음의 부모님은 태음이 여섯 살 때 가족이 함께 봄나들이를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로 태음을 제외하고 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친척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태음은 시설에 맡겨졌고 그때 사고의 후유증으로 초등학교에 입학 할 때까지 말을 할 수 없었고 사고 이전의 기억을 잊어 버렸던 것이었다. 태음은 어머니라는 말에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 위해 애를 썼지만 얼굴을 떠올린 후 몸 전체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하자 갑자기 머리가 깨어질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고 오른 손으로 오른쪽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아아악”


태음은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고 거기는 고시텔의 자신의 방이었다.


“꿈이었구나.


“씻으려고 수건을 가지러 왔다가 잠깐만 누워 있어야지 했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네”


태음은 일어나서 자신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긴 생머리에 단아한 모습을 한 어머니의 사진이 있었다.

 

 

다음화는 다음 주 화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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