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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아아악"

 

태음은 소리를 지르면서 잠에서 깼다.


“후 꿈이었구나!!”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물속으로 떨어지는 것이 그가 기억하는 꿈의 내용의 전부였다. 탁상시계는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늦었다”.


태음은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식당이 있는 4층으로 뛰어 갔는데 한 달에 한 번 고시원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그가 살고 있는 3층 계단에서부터 삼겹살 구워 먹는 냄새가 나고 있었고 태음은 행여나 자신의 몫이 사라질 까봐 사력을 다해 계단을 올랐다.


“태음이 늦었네”


파마머리를 하고 수염을 기르고 목에는 여러 가지 목걸이를 한 고시원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외모의 총무 형이 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얼굴이 빨간 것을 보니 이미 소주 한 병은 마신 모습이었다.


“아 네 낮잠을 자버려서요”


식당에서는 식탁과 의자 대신 평상에 상을 펴서 식사를 하는데 이미 버너 세 개에 올려진 호일을 씌운 프라이팬에서는 삼겹살들이 이리 저리 구워 지고 있었고 삼겹살이 다 구워지길 기다리는  14명의 두 눈은 프라이팬에 집중 되어 있었다. 옆에 아직 구워지지 않은 삼겹살이 있었는데 삼분의 일정도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태음이 머리를 긁적이며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그의 눈 앞에 피아노가 보였다. 고시원은 예전에 큰 피아노 학원이었는데 원장을 하던 분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다른 피아노는 다 처분하고 한 대만을 동생에게 남겨 줬는데 그 동생이 바로 총무 형이었다. 태음은 자리에 앉으려다 다시 일어나서 피아노 쪽으로 향했다.


“고기 안 먹고 어디가?”


고시원에서 총무 형 다음으로 오래 산 빡빡이 형이었다. 머리카락이 없어서 빡빡이 형이라고 불리는데 공무원 시험을 합격 하면 머리를 기르겠다고 생각하고 삭발을 했다고 하는데 시험에 항상 1점 차이로 떨어져 아직 머리를 못 길렀고 지금은 삭발 때문인지 아니면 머리 숱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애매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태음은 무엇에 홀린 듯 피아노에 앉았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미 미 미 미 미 미 미 미 미 미 미 미”


“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


낮은 음에서부터 높은 음으로 올라가면서 도 레 미 라의 같은 음 만을 반복해서 치기 시작 했다.


“태음이가 피아노 실력을 보여 주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 다른 사람들이 고기 다 먹겠다. 얼른 가서 먹자”


총무 형이 다가와서 태음의 팔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태음은 자신을 잡은 총무형의 손을 뿌리 치고 계속해서 똑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 녀석 왜 이래? 야 최태음!!”


총무 형은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태음의 손을 다시 잡았고 태음은 더 강하게 손을 뿌리쳤다.


“형 그냥 둬요. 좋아하는 고기를 두고 잘 치지도 못하는 피아노를 두들기는데 무슨 사정이 있겠죠.”


빡빡이 형이 불쌍한 표정으로 태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가?”


총무 형의 굳었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는 얼굴로 바뀌었고


“이놈 자식 힘내”


하며 태음의 등을 한번 친 후 자리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려 걸어가 고 있었는데 갑자기 태음의 피아노 소리가 멈추자 태음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때 다시 태음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레”


총무 형이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그의 눈에 태음이 손을 피아노 건반에서 위로 5cm정도 떨어지게 올리더니 건반 위의 양손을 교차한 후 오른손은 오른쪽으로 왼손은 왼쪽으로 공기를 쓰다듬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태음이 피아노 연주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이 있는 쪽을 보니 14명이 앉아 서로 죽일 듯이 노려 보다가 갑자기 빡빡이 형이 상을 엎으면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태음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화는 다음주 화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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