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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음의 연주가 끝난 후 바 전체는 웃음의 바다가 되었다. 장선환을 비롯한 바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큰 소리로 웃고 있었는데 바닥에 구르거나 너무 웃어 뒤로 넘어지는 사람 배를 잡고 웃는 사람도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장선환은 자신의 발밑에 휴대폰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웃는 것을 멈추고 휴대폰을 보았는데 발에 깔려 액정이 다 깨어진 상태였다. 불안한 마음에 전원 버튼을 누르니 깨어진 액정 너머로 녹음 어플이 동작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녹음 어플을 종료시키고 자신의 안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고개를 들어보니 태음은 이미 퇴장했고 이나주 사장이 마이크를 들고 피아노 앞에 서 있었다.
 
“이제 모든 순서가 마쳤습니다. 바에서는 이제 태음 군의 연주를 들으실 수 없지만 다른 곳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연주를 들려준 최태음 군에게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바에 있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전체가 떠나갈 듯 박수와 함성을 질렀다.
 
“오늘 저희 인연 바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사장인 이나주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바의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연 바를 나가기 시작했다.
 
장선환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태음이 퇴장한 곳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자신을 안내했던 남자 점원이 선환을 막아섰다.
 
“죄송합니다.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최태음 군을 만나 꼭 할 얘기가 있어서요. 잠시만 만나면 됩니다.”  
 

명함을 꺼내려 이리저리 주머니를 뒤지는 척을 했지만 이미 실직해서 없어진 명함이 생길 순 없었다.  잠깐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점원은 문 앞을 지키며 들어가려는 선환을 힘으로 저지했다.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사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선환은 돌아가는 척 몸을 돌리다가 직원이 다른 곳을 보는 틈을 노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선환이 들어간 대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최태음군 최태음군 장선환이라고 합니다. 할 얘기가 있습니다.”
 
혹시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최태음이 나타나길 바라며 선환은 큰소리로 외쳤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나가 주십시오”
 
남자 점원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힘으로 끌어내거나 하지는 않고 대기실 입구 쪽에 서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선환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대기실을 나갔다. 손목시계의 시간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밖으로 향했고 재빨리 택시를 잡아탔다.
 
“기성빌딩으로 가주세요”
 
선환은 택시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태음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나오는지 들어 보았다. 녹음 상태는 양호했고 연주가 시작되는 부분의 시간을 기억해 놓고 녹음 파일을 실행시켜 바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는 부분이 나오도록 하는 연습을 했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창이 뜨자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10분 후 기성빌딩 앞에 도착한 그는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의 직원이 선환을 알아본 듯 인사하며 말했다.
 
“장실장님께서 여기 무슨 일로 다시 오셨습니까?”
 
“진광이 있지요. 아니 김 사장님 말입니다. 오늘 임원 회의가 있으니 있을 겁니다. 잠깐만 만나면 됩니다.”
 
“퇴사 하신 분이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선환에게 인사했던 직원의 상사로 보이는 남자가 선환의 뒤편에서 말했다.
 
“이 팀장 잠깐이면 되네. 부탁이네 김 사장님을 만나게 해주게나. 5분이면 되네”
 
그때였다. 선환의 오른쪽 옆에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사람들이 내렸다. 선환이 갑자기 그 쪽으로 뛰어가자
 
“막아!”
 
이 팀장이 소리 쳤고 입구를 지키던 직원들이 재빠르게 선환을 바닥에 제압했다. 바닥에 엎드린 상태가 된 선환은 큰소리로 외쳤다.
 
“김 사장님 정실장입니다. 잠깐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십시오. 김 사장님!!”
 
건물을 나가려던 사람들 중 하얀색 양복에 흰 구두를 신은 한 명이 선환 쪽으로 걸어 왔다.
 
“일으켜 세우세요”
 
직원들은 선환을 일으켜 세웠지만 양손과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김 사장님 5분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이번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아 그래요. 지난번에 대박 신인을 발굴했다고 이번에는 꼭 될 거라고 말했었던 기억이 나는 군요. 그 신인이 일으킨 사건 때문에 내 회사는 아주 큰 손해를 입었고 그 책임을 지시고 퇴사하신 정실장님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번에는 정말 입니다. 5분이면 됩니다. 녹음된 파일을 잠시만 들어 주십시오”
 
“옛정을 봐서 들어 드리겠습니다. 놔 주세요. 딱  5분입니다”
 
김 사장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 본 후 말했다. 직원들이 선환을 잡았던 손을 놓았고 선환은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켰다. 그런데 휴대폰이 켜지지 않았다.
 
“이게 왜 이러지”
 
직원들에게 제압되어 넘어질 때 휴대폰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흔들어 보기도 하고 버튼을 눌러 보기도 했지만 휴대폰은 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1분 남았습니다.”
 
선환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속은 타 들어 갔다.
 
“자 5분이 다 되었군요. 다시는 내 회사에 발들이지 마세요. 그때는 영업 방해로 집어넣어 버리겠습니다.”
 
김 사장은 일행들과 나가기 시작했고 그때 선환이 휴대폰을 던졌고 휴대폰이 켜졌다.
 
“켜졌어. 켜졌어”
 
선환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녹음된 파일을 재생했고 태음의 피아노 연주가 들릴 수 있도록 휴대폰의 스피커를 최대로 했다. 모든 사람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그 곡이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김 사장은 몸을 돌려 선환에게 향했다.
 
“사장님 이후에 다강엔터의 진사장님과 약속이 있습니다.”
 
비서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김 사장은 왼손을 들어 비서의 말을 막고는 계속해서 피아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테크닉은 좋은데 큰 물건은 안 되겠군요. 장실장 안목이 많이 죽었어요.”
 
선환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혼잣말을 했다.
 
“왜 아무도 웃지를 않는 거지”
 
그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나도 안 웃고 있잖아?’

 

다음 화는 다음주 화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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