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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장선환은 설레는 마음으로 연인 바로 향했다. 조금 서둘러서일까 7시가 안되어 도착한 그는 추첨권을 다시 한 번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꺼내어 확인했다. 추첨권에는 60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바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음 주에 보자며 미소를 보이던 여자 바텐더가 서 있었고 입구 안쪽으로 진한 보라색 천 같은 것이 드리워져 있어서 바 안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번호를 확인 하겠습니다.”
 
장선환은 안주머니에서 추첨권을 꺼내어 내밀었다. 반가운 표정으로 여자바텐더를 바라보았지만 무표정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그녀의 모습에 어색함을 느끼고 있을 때쯤 여자 바텐더는 오른 쪽 귀에 있는 블루투스 핸즈프리 전화기를 오른손으로 누른 후 말했다
 
“60번으로 안내 바랍니다.”
 
여자 바텐더가 보라색 천을 왼손으로 옆으로 열어 입구를 만들자 건장한 체격의 바텐더 복장을 한 남자 점원이 장선환에게 다가와 말했다.
 
“자리를 안내 하겠습니다.”
 
절반의 좌석과 테이블을 치워서 그런지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많이 공간이 넓어져 있었고 피아노를 비추고 있는 은은한 빛과 테이블 마다 켜져 있는 옅은 풀잎 향이 나는 촛불만이 바를 비추는 조명의 전부였기 때문에 밤에 한적한 뒷동산을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손님은 10명 남짓이 앉아 있었는데 손님이 앉아 있는 자리에만 초를 켰고 촛불이 그리 밝지 않았기 때문에 표정이나 행동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음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레몬에이드로 주세요.”
 
“연주가 시작 되면 자리 이동을 하실 수 없으시므로 회장실은 미리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장선환은 점원이 주문을 받고 자리를 뜨자 화장실로 향했다. 남녀 입구가 따로 되어 있었고 화장실은 생각 보다 넓었다.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어 배터리 용량을 체크했다. 혹시 올지 모를 전화로 인해 벨이나 진동이 울리지 않도록 확실히 무음 모드로 바꾸어 놓았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본 후 녹음 어플의 녹음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는 녹음 중이라는 글자와 함께 녹음 시간이 표시 되었고 휴대폰의 옆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어두워졌다. 안주머니 속에 넣고 작은 소리로 의미 없는 흥얼거림을 10초 정도한 후에 다시 꺼내어 녹음 상태를 확인하니 녹음 어플은 작동하고 있었지만 안주머니에 들어있어서 그런지 녹음이 잘 되지 않았다.
 
‘녹음이 잘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좌변기에 앉아 여러 생각 끝에 자신이 앉아있는 좌변기 밑에 휴대폰을 두고 다시 방금 전과 같이 흥얼거린 후 비교해서 들어보니 처음에 비해 괜찮게 녹음이 되었다.
 
‘입장하는 순간에 맞추어 바닥에 두면 되겠군’
 
자리로 돌아와 휴대폰을 바닥에 두는 연습을 하던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자신의 주위에는 아직 많은 자리가 비어 있었고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얼굴은 수수께끼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다 답을 찾은 사람처럼 밝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시간은 7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때 점원이 레몬에이드를 가지고 왔다. 지난주에 마셨던 것과 다르게 사각형의 잔에 빨간색 빨대가 꽂혀 있었다. 때마침 나온 레몬에이드가 문제를 해결한 자신에게 주어진 상인 것처럼 빨대에 입을 가져가 단숨에 절반 정도를 마셔버렸다. 7시 20분이 되자 준비된 자리의 거의 대부분에 촛불이 켜졌다.
 
잠시 후 피아노 주변에만 밝은 조명이 켜졌고 그 자리에는 이나주 사장이 마이크를 들고서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장인 이나주 입니다. 지금 시간은 7시 25분입니다. 추첨을 통해 뽑히신 모든 분은 현재 입장을 완료하셨습니다. 잠시 후 최태음 군의 마지막 연주회가 시작됩니다. 연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휴대폰은 꺼주시기 바라며 연주가 시작 되면 자리 이동을 하실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이나주 사장이 인사를 마치고 나가자 조명은 다시 어두워 졌고 어디선가
 
“딩동”
 
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피아노 주위에 은은한 조명이 비춰 지고 정장을 입은 최태음이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장선환은 이 환호를 틈타 자신의 양복 안쪽 품에서 녹음 어플을 작동시킨 후 살며시 자신의 의자 밑 자신의 발 옆의 바닥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최태음은 환호에 답하듯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자세를 바로 잡고 주머니에서 반짝거리는 무엇인가를 꺼내 피아노 악보를 놓는 곳에 올려놓은 후 연주를 시작 했다.
 
“미 미 미 미 미 미 미 미 미 “
 
최태음은 가장 낮은 미에서부터 한 옥타브씩 올라가며 피아노의 미만을 계속해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일주일 동안 울리지 않던 장선환의 휴대폰에 누군가가 전화를 걸었고 그로 인해 꺼져있던 휴대폰의 화면이 빛나기 시작했다. 장선환은 얼른 발로 자신의 휴대폰의 액정을 가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이목이 피아노 쪽으로 향해 있어서 인지 아무도 방금 일어난 작은 사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았다. 최태음은 이번에도 건반에서 위로 5cm정도 떨어지게 올리더니 건반 위의 양손을 교차한 후 오른손은 오른쪽으로 왼손은 왼쪽으로 공기를 쓰다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연주가 끝나고  바는 손님들의 흐느껴 우는 소리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장선환도 예전의 슬펐던 일들이 머릿속을 지나가며 물밀듯이 다가오는 슬픔에 울음을 참지 못했다.
 
“엉엉엉”
 
박수 소리는 사라지고 흐느껴 울던 사람들의 울음소리는 통곡 소리로 바뀌었고 바의 내부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울름 소리가 조금씩 잦아질 때쯤 최태음이 오른손을 위로 한번 올린 후 피아노 건반의 가장 낮은 라에서부터 한 옥타브씩 올라가며 피아노의 라만을 계속해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다음 화는 다음 주 화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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