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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천지 호수 위에서 빛나고 있었지만 많은 스텝들은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볼 겨를 도 없이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콘서트 장 아래에 위치한 별장에는 세계의 정상들 태운 리무진이 하나 둘씩 들어오는 것이 보였고 세기의 콘서트를 중계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온 취재진들이 쉴 새 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데고 있었기에 카메라의 플레쉬 빛과 셔터소리가 천지호수의 한적함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편지를 읽어 주세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시 돌려주시면 되요”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스텝들의 목소리에 생각에 잠겨있던 장선환 메니져는 현실로 돌아왔다.

 

“콘서트 시작 시간까지 1시간 반 남았습니다. 마지막 체크 부탁 드립니다. "

 

“스카이라이트 및 메인 조명 보조 조명 체크 끝났습니다.

 

“메인 스피커와 객석 마다 설치된 보조 스피커 체크 끝났습니다.

 

“무대 장치 및 효과 체크 끝났습니다.

 

오케이!

 

메니져님 메니져님! 태음씨는 준비 되셨나요? 리허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장 감독님 태음씨가 리허설 없이 바로 연주하겠다고 하네요”

 

"무대 리허설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 까요? 잠깐의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장감독은 걱정과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장감독님 이제껏 태음씨가 실수 한 적이 있나요? 걱정 마시고 진행 큐시트를 전달해 두었으니 걱정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현재 세상의 모든 피아니스트보다 큰 인기를 누리고 지금은 세계정상들과 세계의 눈이 집중된 백두산 천지에서의 통일기념 콘서트를 열게 된 30 초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어린 모습에 빛나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최태음 그는 4년 전 갑자기 내 눈 앞에 나타났다.

 

4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장선환은 눈앞에 보이는 인연 이라는 바로 들어갔다. 비가 오는 밖의 모습과는 다른 밝은 분위기였고 꽃향기라고 하기에는 밋밋한 옅은 풀 냄새 같은 것이 바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이미 자리는 거의 차있었고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피아노 옆의 바의 구석 자리가 비어 있어 그곳에 앉으며

 

“맥주 한 병이요”

 

긴 생머리를 뒤쪽으로 묶은 여자 바텐더가 말했다.

 

“손님 오늘은 무알콜 음료만 판매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예약석이라 앉으실 수 없습니다.

 

“술집에서 술을 안 팔아요? 이런 구석자리를 예약하는 사람도 있나요?

 

“오늘 처음 오셨나 보내요. 이 자리는 일주일에 한번 추첨으로 예약할 수 있는 명당자리랍니다."

 

“명당자리요?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제일 앞에서 볼 수 있는 자리거든요. 그리고 그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연주가 있는 날은 알코올음료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그 피아니스트가 그렇게 대단해요? "

 

음악관련 일을 했었던 그였기에 이런 바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라면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들어보시면 알죠. 마침 입구 쪽 한자리가 비었으니 앉아서 들어 보세요. 음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어요?

 

검은색 메뉴판을 펼치자 가장 앞에 레몬에이드가 사진과 함께 보였다.

 

“레몬에이드로 하지요.

 

자리에 앉아서 피아노 쪽을 바라보니 청바지에 하늘색 셔츠를 입은 검은 머리의 청년이 걸어와 앉았다. 주위에서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청년은 눈을 감고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심호흡을 했다.

 

“ 주문하신 레몬에이드 나왔습니다. 연주가 끝날 때 까지는 자리이동이나 밖으로 나가실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여자 바텐더는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며 파란 빨대가 꽂혀 있는 둥근 유리잔을 내려놓고 테이블 가운데에 있는 초에 불을 붙였다. 처음 바에 들어왔을 때 나던 풀 냄새가 불이 붙은 초에서 나고 있었다. 바 입구에 있는 문을 잠그고 open 표지판을 close로 바꾼 후 바의 전체 조명을 껐다. 피아노와 연주자를 비추는 조명은 남아 있었기에 바 전체가 컴컴해지지는 않았다. 잠시 후 하늘을 바라보던 청년은 자세를 바로 잡고 주머니에서 반짝거리는 무엇인가를 꺼내 피아노 악보를 놓는 곳에 올려놓은 후 연주를 시작 했다.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도 “

 

가장 낮은 도에서부터 한 옥타브씩 올라가며 피아노의 도만을 계속해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연주가 반복되고 장선환은 그러면 그렇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피아노를 치던 청년이 양손을 건반에서 위로 5cm정도 떨어지게 올리더니 건반 위의 양손을 교차한 후 오른손은 오른쪽으로 왼손은 왼쪽으로 공기를 쓰다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연주가 끝났고 아무 말 없이 피아노를 치던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다. 침묵이 흐르고 환호와 박수가 바 전체에 울려 퍼졌다. 장성환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번졌고 두 눈에선 기쁨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박수를 치며 장성환은 생각했다.

 

‘이런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천재를 넘어선 사람이다. 저 청년의 연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구나’.'

 

잠시 후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바의 사장인 이나주라고 합니다. 오늘 찾아 주신 손님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아시고 계신 분도 있으시고 오늘 처음으로 오신 분도 있으시니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의 바에서는 7 30분부터 피아노 연주를 들려 드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한 달이 되었는데요. 다음 주 목요일이 피아노를 연주하시던 최태음 군의 마지막 연주 입니다. 바에서만 연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다음 주 마지막 연주에 너무 많으신 분이 올 수 있어서 미리 추첨을 통해 참석자를 뽑으려고 합니다. 바의 좌석은 지금의 3분의 2 60석입니다. 오늘 오신 분의 숫자대로 미리 추첨권을 준비 했습니다. 두 장을 잡으시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어린 시절 여러분께서 문방구에서 한 번씩 해보셨던 뽑기처럼 마분지에 스템플러로 붙여둔 추첨권을 앉아 계신 순서대로 나오셔서 한 장씩 뽑아 주시면 되겠습니다. 추첨권의 내용은 마지막 손님까지 다 뽑으신 후 다 같이 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차례차례 한 장씩 뽑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마지막 사람이 추첨권을 뽑을 때까지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장성환이 추첨권을 뽑아 자리로 돌아왔다.

 

장성환이 자리에 앉자 이나주는 추첨권을 뽑았던 마분지를 돌렸고 거기에는 바의 좌석 위치와 번호가 적힌 그림이 있었다.

“자 여러분 뽑으신 추첨권을 개봉해 주시기 바랍니다. 번호가 적혀 있으신 분은 다음 주 목요일 7 30분까지 바로 오시면 됩니다. 양도를 피하기 위해 제가 번호를 부르면 추첨권을 가지시고 직원에게 연락처와 성함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환호와 탄식이 뒤섞여서 바는 조금 시끄러워 졌다.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번호를 부르겠습니다. 먼저 1번”

 

장성환은 떨리는 마음으로 추첨권을 열어 보았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아쉬움에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 졌다.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일어나서 번호가 적히지 않은 추첨권을 뽑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시선을 느끼며 이나주 사장 옆에 있는 직원에게 걸어갔다.

 

“이제 마지막 번호 입니다. 60번”

 

그 자리는 장성환이 바에 처음 들어 왔을 때 앉으려 했던 여자 바텐더가 말했던 명당 자리였다.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 하며 바의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아무도 일어나지 않자 다시 한 번 이나주 사장은 번호를 불렀다.

 

60 60번을 뽑으신 분은 없으신가요? 다시 한 번 자신의 추첨권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성환은 이미 자신이 당첨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쉬움에 꽉 쥐어서 구겨질 데로 구겨진 추첨권을 다시 한 번 펼쳐보았다.

 

60

 

추첨권에는 선명히 6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60번을 뽑으신 분은 없으신가요?"

 

장성환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오른 손을 들어 올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의문을 품은 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분명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연락처와 이름을 적으면서도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여자 바텐더가 웃으며 장선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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