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음은 어머니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태음이 보고 있는 사진이 태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진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고아원에 맡겼는데 태음의 주머니에서 사진이 있었고 시설에 있던 원장 선생님이 어머니라고 말하며 태음에게 주었기 때문에 태음은 이제까지 그렇게 믿고 힘들거나 혼란스러울 때 한 번씩 꺼내어 보며 마음을 다 잡았던 것이었다. 사진을 다시 서랍에 넣은 태음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던 앞의 꿈과는 다르게 이번 꿈은 거의 모든 내용이 생각났다. 자신이 어머니께 내가 피아노를 배웠고 아주 잘 쳤었다는 중년 여성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혼란스러운 그때 옆방의 기계식 자명종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따르르 따르르 따르르”
“아 아침 6시 구나”
옆방은 빡빡이 형 방이었는데 빡빡이 형은 항상 오전 5시 30분에 전자식 자명종을 울리게 맞춰 놓은 후 알람이 울리면 끄고 다시 30분을 더 자고 6시에 소리가 아주 큰 기계식 자명종 소리에 일어나는 버릇이 있었는데 태음도 그 자명종 소리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6시가 되면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이나주! 그 사람을 다시 만나야 모든 의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으니.”
태음은 자신의 두 손바닥으로 머리를 두드렸다. 문제에 대한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 하는 버릇이었다.
“아 어떡하지.”
“태음아 해장하러 가자.“
빡빡이 형이 씩씩한 목소리로 태음의 방 앞에서 태음을 불렀다.
“네”
‘어제 밤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우선 먹고 생각해 봐야지’
태음은 긴 팔 옷을 입고 자신의 방의 문을 열었고 태음의 눈앞에는 오른 쪽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빡빡이 형이 서 있었다.
“형 눈이 왜 그래요”
태음은 놀라 큰소리로 말했고 빡빡이 형은 오른 손으로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몰라 어제 싸우다가 누구에게 정통으로 맞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이렇게 되어있었어. 사는데 아무 지장 없으니 국밥 먹으러 가자.”
“네 그래요”
두 사람은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빡빡이 형과는 태음이 처음 고시텔로 왔을 때 총무 형이 한 달 정도 여행을 갔었는데 그 때 빡빡이 형이 임시로 총무를 하고 있었고 태음이 모르는 것을 빡빡이 형에게 물어보다가 친해졌고 지금은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고시텔에서 서로 의지 하며 지내고 있었다.
24시간 하는 돼지 국밥 집에 들어간 두 사람은 아무 말 없기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나 잘 먹고 가”
“야 또 그냥 가니?”
“아 진짜 내가 시험에만 붙으면 한 번에 갚는다고 했잖아!”
“6년째 시험만 치고 있는데 언제 갚을 거니?”
“아 참 이번에 떨어지면 내가 여기서 설거지 한다 됐지?”
“그 말도 3년 째 내요.”
빡빡이 형의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고 누나는 부산으로 시집을 와서 식당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실랑이 하는 누나가 바로 빡빡이 형의 누나였다. 빡빡이 형은 안 되면 농사를 짓거나 설거지 하러 간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나름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지 항상 밝았다. 태음도 처음에는 자신의 밥값만은 내려고 했었는데 빡빡이 형이 괜찮다고 했고 빡빡이 형의 누나도 빡빡이 형을 잘 부탁한다며 안 받는다고 해서 어느 순간부터 빡빡이 형이 함께 할 때로 한정 되어 있지만 자연스럽게 돈을 내지 않고 국밥을 먹게 되었다. 국밥집을 나오면서 빡빡이 형이 말했다.
“내가 며칠 전에 이 앞에 새로 생긴 BAR에 갔는데 말이야 거기 바텐더 하는 아가씨가 장난이 아니게 예쁘더라. 너도 다음에 같이 한 번 가자.”
“저는 술을 안마시잖아요.”
“음료수도 팔아. 다음에 같이 가보는 거야 알았지. 다음에 오면 서비스로 칵테일 한잔을 제공하겠다며 거기 여자 사장님이 명함도 줬어.”
빡빡이 형은 자신의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어 보여 주었고 거기에는 인연 이라는 상호명과 함께 이나주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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