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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은 유럽을 돌며 많은 것을 보고 생각을 정리한 후 마지막 여행지로 디델라를 선택했다. 사막의 중간에 있는 큰 호수인 델라를 보기 위해서였다. 황량한 사막의 한 가운데 아주 커다란 호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프랑스에 있던 한 동양인 여성에게 들었고 그 호수를 보고 나면 답답한 마음과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기차를 타고 호수의 한 쪽 끝에 잇는 도시인 디델라로 가게 된 이유는 프랑스와 가까운 쪽을 택해서 데안 에서 내리지 않고 데안과 정반대에 위치한 다일 국제공항에 내렸기 때문이다.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달려서 급하게 표를 사서 바로 타는 소동을 벌인 이후에 데안 국제공항과 디델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비를 줄이려다가 결국은 비슷한 비용을 들여서 멀리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조금 더 확인 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화를 내고 있었을 테지만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대해 채성은 담담했다.

 

‘많이 변했구나! 강채성’

 

스스로 대견 한 듯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고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완행과 직행 두 종류가 있었는데 완행은 디델라까지 하루하고도 18시간이 걸렸고 직행은 15시간이 걸렸다. 채성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직행을 타기로 했다. 표를 살 때 침대 칸과 좌석 칸이 있었는데 채성은 좌석 칸을 골라 탔다. 기차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모자나 보자기 같은 것으로 눈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리고 있었다. 좌석 칸은 통로 양 옆으로 두 명씩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채성은 옆쪽과 앞쪽에는 아무도 없는 곳 중 두 좌석 모두가 비어 있는 입구 근처 창가 쪽에 앉았다. 기차가 출발했고 사람들이 이상한 복장을 한 이유를 알게 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차 창에 심한 모래 바람이 부는 것이 보였고 창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많은 양의 모래가 기차 안에서 흩날리기 시작했고 채성은 급하게 손으로 코와 입을 가렸지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가 젖은 손수건을 채성에게 건네었고 채성은 손수건을 다른 사람들처럼 얼굴에 둘러 입과 코를 가렸다. 바람이 잦아들자 손수건을 건넨 사람을 찾았는데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채성은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가방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살구 맛 사탕을 꺼내어 건넸고 아주머니는 잠시 사양하다가 웃으며 사탕을 받아 입에 넣었다. 아주머니의 표정은 이네 놀라움으로 변했고 옆에 사람들에게 데안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열차 안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채성의 주위로 모이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손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지만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탕을 달라는 말인 것 같았다. 채성은 귓가에 울리는 데안어에 정신이 없어서 채성은 자신도 모르게 한국말로 한마디 했다.

 

“사탕은 많으니 조용이 좀 해주세요.

 

그때 눈앞의 한 남자가 어설픈 한국말로 말했다.

 

“한국에서 왔습니까?

 

낯선 곳에서 뜻밖의 한국말을 듣게 되자 채성은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구릿빛 피부에 검은 모자를 쓴 콧수염이 있는 170센티미터 정도 되는 키를 가진 한 남자가 웃으며 서 있었다.

 

“내게 말하면 데안 말로 사람들에게 말해주겠습니다.

 

소리에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는 채성은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막으며 말했다.

 

“ 아 그럼 조용히 하고 한 줄로 서달라고 말해 주세요."

 

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모자의 사나이는 오른 손을 들더니 크게 데안어로 말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오른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한 줄로 섰다. 조용해지자마자 채성은 귀를 막았던 손을 내리고 가방에 있는 살구 맛 사탕 한 봉지를 꺼내어 뜯었다.

 

“한 사람씩 제 앞으로 와달라고 해주세요."

 

채성은 통로 자리에 사탕 봉지를 들고 앉았고 한 사람씩 채성 앞으로 와 살구 맛 사탕을 받아갔고 사탕을 먹은 3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모두 행복해 보였다. 채성은 더 가지고 더 인정받기 위해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아등바등하던 그러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던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탕을 나눠주는 작은 이벤트가 끝나고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고 채성은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 때 건물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황량한 모래사막 옆에 호수라고 하기엔 큰 강 같은 물줄기가 나타났다. 믿기지 않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금 전 사탕을 받기 위해 생겼던 행렬이 채성 앞에 다시 생겼다. 옆 칸에서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모두 입을 막은 채 채성 앞에 줄을 섰고 채성은 갑자기 일어난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듯 웃으며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여러 번 이런 상황이 벌어졌고 마지막 사탕 봉지에 사탕이 네 다섯 개 남았을 때 채성은 갑자기 잠이 쏟아졌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통역을 해주던 남자가 채성을 흔들어 깨웠다.

 

“디델라에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요”

 

채성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갑자기 자신의 가방이 생각났다.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가방은 없었다. 당황하는 채성을 바라보던 남자는 웃으면서 몸을 돌려 자신이 매고 있는 채성의 가방을 보여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가방을 주시죠."

 

채성은 한도의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며 가방을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자신의 오른 손을 가슴에 대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제 택시 기사입니다. 손님 제차를 이용하시지요.

 

채성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방을 뺏기 위해 일어났다. 그러자 검은 모자의 사내가 말했다.

 

저 이곳에서 택시 운전합니다. 안전합니다. 싸게 해드릴 테니 함께 합시다.

 

채성은 체념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검은 모자의 사내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채성은 검은 모자의 사내를 따라 대합실을 지나 창고 같은 곳으로 향했다. 창고 안에는 많은 차들이 있었는데 아마 모래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 창고를 주차장 대신으로 쓰는 듯 보였다. 검은 모자의 사내는 자신의 택시 트렁크에 채성의 가방을 넣고는 오른쪽 앞 좌석 문을 열며 채성에게 손짓을 했고 채산이 앉자 문을 닫은 후 운전석으로 향했다. 시동을 켜며 타이만이 말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맛있는 식당으로 가죠."

 

“맛난 식당 알겠습니다.

 

20분쯤 달린 후 차가 선 곳의 간판을 보니 SUN 이라고 적혀있었다채성은 검은 모자의 사내에게 주문을 맡겼고 타이만은 자신이 즐겨먹는 양고기 스프와 빵을 주문했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채성은 한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을 더 주문했고 그것마저 싹 비웠다.

 

“정말 맛있네요."

 

“여기 스프 값싸고 최고 입니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잠자러 갑니다.

 

검은 모자의 사내는 잠자는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네 그러죠”

 

채성이 검은 모자의 사내의 식사비까지 계산했고 택시를 타고 내린 곳은 2층의 허름한 가정집이었다.

 

“여기서?

 

채성은 검은 모자의 사내가 조금 전 취했던 포즈처럼 양손을 모아 오른쪽 볼에 대고는 말했다.

 

“네 여기서 여기 우리 집입니다. 없는 거 없습니다.

 

채성은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오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바로 올라갔는데 겉모습과는 다르게 안은 정리 정돈이 잘되어 있어 깔끔해 보였다.

 

“여기서 씻고 저기서 잡니다.

 

씻을 곳과 침실을 알려주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채성은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기차 여행이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들었다.

 

“일어납니다. 일어납니다."

 

“모자의 사내가 채성의 침대를 두드리며 깨웠다.

 

“아침입니다. 밥 먹으로 갑니다.

 

“모자의 사내는 채성의 손을 끌었고 당황한 채성은 말했다.

 

“네? 어디로?

 

모자의 사내가 채성의 팔을 잡고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1층이었다. 식탁에는 초가 하나 켜있었고 햄버거 두 개와 콜라가 두 잔 있었다. 그리고 타이만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어제 잘 밥 먹었습니다. 오늘 내가 삽니다.

 

“아 네 그래요”

 

채성은 자리에 앉아서 하품을 한번 하고는 대답했고 검은 모자의 사내는 햄버거와 콜라를 채성에게 건넸다식사를 마친 후 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려 있는 사진 중 다른 사진과 배경이 다른 한 사진을 보며 모자의 사내에게 물었다. 그 사진은 사막이 아닌 바닷가 가 배경인 사진이었는데 모자의 사내는 2년 전 실종된 자신의 형이라고 말했다.  잠깐 우울한 표정을 짓던 사내는 금새 밝은 미소를 보이며 채성에게 물었다.

 

"오늘 어디 갑니까?"

 

“델라에 가보고 싶군요."

 

“여기가 델라 입니다.

 

검은 모자의 사내가 입구 반대편 문을 열자 채성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 같은 것이 보였는데 바로 사막 한 가운데 있는 호수 델라 이었다. 호수를 보는 순간 갑자기 가슴 한 곳에 있던 응어리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제 어디 갑니까?

 

모자의 사내가 말하는 순간 채성은 호수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고 호수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옷을 하나하나 벗고는 그대로 바다 같은 호수에 뛰어 들었다. 아침 일찍 이라 그런지 호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채성은 호수 안에서 소리를 지르지 시작했고 검은 모자의 사내도 옷과 모자를 벗고 달려와 호수에 뛰어 들었다. 1시간 정도 호수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채성의 얼굴은 잘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를 막 푼 듯 환했다. 그리고는 피곤했는지 2층으로 올라가 잠이 들었고 검은 모자의 사내도 옆의 침대에 골아 떨어졌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검은 모자의 사내가 채성을 깨웠고 채성의 배낭을 가져와 채성에게 주며 말했다.

 

“옷 입고 밥 먹으로 갑시다.

 

“아 네 “

 

채성의 얼굴엔 미소가 번져 있었는데 완전하게 검은 모자의 사내에게 적응이 된 얼굴이었다. 다시 SUN으로 향한 두 사람은 양고기 스프와 빵을 맛있게 먹었다.

검은 모자의 사내는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했고 채성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채성의 눈에 낡은 피아노가 들어 왔다. 채성은 피아노 쪽으로 가서 자신이 가장 즐겨 치는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채성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채성의 연주가 계속 되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채성의 피아노 쪽으로 다가 왔다. 피아노 연주를 마치자 주인이 이 피아노를 연주한 사람은 모두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고 채성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자리로 돌아 왔을 때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채성에게 다가와 영어로 말했다.

 

“피아노를 정말 잘 치시는 군요. 내일 도 연주하실 건가요?

 

“아마도요”

 

“아 그래요! 꼭 내일도 와야겠군요. 제가 일이 있어서 지금은 가지만 내일 같이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흰 수염 노인이 자리를 뜨고 잠시 후 검은 모자의 사내가 들어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모두들 난리 났습니다. 들어오다 들었습니다. 피아노 정말 잘 칩니다."

 

“아 아닙니다. 이제 돌아가죠.

 

식당을 나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채성을 향해 양손 모두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그의 연주를 칭찬했다. 타이만의 집에 도착한 후 샤워를 마친 채성은 비행기 티켓을 확인했다.

 

“타이만 오늘이 며칠이죠?

 

“오늘 17일 입니다.

 

“아 벌서 그렇게 되었군요.

 

채성은 마지막 여행지로 디델라를 택했고 데안 국제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편도 티켓을 구했는데 일주일 내의 티켓은 딱 한 장이 남아 있었다. 이후 티켓은 한 달이 지나야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티켓을 구입했는데 비행기 출발 날짜가 18일 이었던 것이다.

 

“내일 아침 6시까지 데안 국제공항으로 가야 해요.

 

“응 뭐라고?

 

“내일 비행기 타요”

 

“안됩니다. 더 있다가 가야 합니다.

 

“비행기 시간이 그래요 미안해요.

 

채성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다음날 공항으로 향했다. 검은 모자의 사내는 모자를 벗어 인사를 했고 채성은 표를 가지고 걸어가다 검은 모자 사내에게 말했다.

 

“제 이름은 강채성입니다. 고마웠습니다.

 

“강채성?

 

“네 강채성입니다.

 

채성은 검은 모자의 사내에게 손을 흔들고 몸을 돌려 출국장을 향해 뛰어가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채성을 불러 세운 것은 하얀 얼굴의 동양인 남자였다.

그는 영어로

 

“이걸 떨어뜨리셨어요."

 

라고 말하며 비행기 티켓을 채성에게 건네었다. 검은 모자의 사내와 계속 한국어로 이야기했기 때문인지 채성은 아무 생각 없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얀 얼굴의 남자가 물었다.

 

“한국인이세요?

 

“네”

 

“저도 한국인 입니다.

 

“티켓까지 찾아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비행기 시간이 급해서요. 지금 드릴 것이 이것 밖에 없네요.

 

채성은 하얀 얼굴의 남자에게 살구 맛 사탕 세 개를 건네고는 바로 출국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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