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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가지고 있으시죠? 내일 저녁 8시 김해 공항에서 뵙겠습니다.

 

태음의 말에 성환은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정신이 없군요. 제가 따로 준비할 것은 없습니까?

 

“네 저와 동행만 해 주시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일어나는 태음을 황급히 붙잡으며 정대가 말했다.

 

“태음 군 잠깐만요. 이렇게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셔야죠.

 

태음은 명함에 적혀있는 성환의 휴대폰에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며 말했다.

 

“이게 제 전화 번호 입니다. 내일 8시에 뵙겠습니다.

 

“저기 태음 군 태음 군!

 

성환이 붙잡을 겨를 도 없이 태음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사라졌고 정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휴대폰을 들었다. 액정이 다 깨어진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 한 통이 와 있었고 정대는 계약 조건으로 사람만 찾아주면 된다는 태음의 말에 얼떨떨한 상태였지만 여권과 옷 등을 챙기기 위해 일단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온 정대는 컴퓨터를 켜서 계약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일 태음을 만나면 계약서 작성을 마무리하여 태음의 마음이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갑은 을에 대해…….

 

성환은 자신이 작성한 계약서를 읽어 본 후 프린트 버튼을 눌렀고 프린트가 되는 동안 옷을 넣을 파란색 캐리어와 검은색 서류 가방 하나를 창고에서 꺼내어 속옷과 양말 옷가지 등을 넣어서 잠근 후 출입문 입구에 놓아두었다. 프린트가 다되자 스테이플러로 계약서를 한 부씩 찍어서 총 두 개의 계약서를 검은 서류 가방에 넣었다.

빠뜨린 것이 없나 생각하다가 여권이 생각나서 책상 서랍을 열어 여권을 찾다가 예전 사진 하나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진의 주인공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관리했던 가수 겸 기타리스트였던 김한성 이었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한성의 모습을 보자 옛날 일이 떠올랐다.

김한성은 생방송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로1위를 한날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자신의 뒤에 있던 다른 가수를 폭행했고 그 화면은 여과 없이 전국으로 방송 되어 그로 인해 가요계에서 영구 추방 되었었다.

영구 추방이 된 이유는 김한성이 폭행의 이유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 했고 언론에서 김한성의 예전 생활을 조사하다가 김한성의 어머니가 김한성에게 폭행당한 가수의 가사도우미로 일했었고 비싼 보석이 없어지는 불미스런 일로 쫓겨났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었다.

폭행을 당한 가수의 부모님은 음악계에서 알아주는 거물이었고 언론과도 연줄이 있기에 김한성이 폭력을 행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보도 하지 않고 김한성에게 불리한 기사만을 연일 쏟아 내었다. 성환은 김한성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한성의 어머니가 값비싼 보석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쫓겨나게 된 이유가 바로 자신이 폭행한 가수 때문이었다는 것이었다. 한성의 뒤에서 그 가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아줌마 아들이 출새 했네. 근데 그거 아는지 모르겠네? 니 엄마가 훔쳤다던 보석 사실은 내가 용돈이 궁해서 몰래 팔았던 거거든”

 

자신의 힘이 모자라 자신이 관리하던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서랍에 다시 넣고 다른 서랍을 열어 여권을 꺼내 캐리어에 넣은 후 샤워를 하고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깬 성환은 고개를 돌려 침대 옆을 보다가 캐리어 가방을 보고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아침 6시 인가 성환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창 밖을 보았는데 해가 저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시 시간을 확인 하니 오후 6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급하게 옷을 입고 택시를 타고 김해 공항으로 향했다. 성환은 다행이 7 30분쯤 도착했고 태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서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성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일찍 오셨군요!"

 

고개를 돌리니 태음이 배낭 하나를 메고 서 있었다. 함께 수속을 밟기 위해 데스크로 향하면서 태음이 말했다.

 

“그런데 호칭을 어떻게 하는 게 좋으시겠어요?

 

“장 매니저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아 네 그러면 장 매니저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럼 저는 태음 군이라고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여권을 저에게 주세요. 장 매니저님 제가 비행기 티켓을 사올게요”

 

“저에게 주세요. 이런 건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닙니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니 일단 저에게 맡겨 주세요."

 

태음은 이나주 사장이 준 카드로 데안 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는데 데안 에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왕복이 아닌 편도로 구입했다. 태음이 성환에게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건네며 말했다.

 

“비행기는 자정에 출발한다고 하네요."

 

“아 네 그렇군요."

 

“그런데 태음 군.”

 

성환은 자신이 궁금한 것들에 물어 보기 시작했고 두 사람이 비행기를 탈 때까지 계속 되었다. 비행기를 탄 후 안내 방송에서 비행시간은12시간 정도 걸리고 시차는 5시간 정도 된다고 했다. 기내식을 먹은 후 두 사람 모두 바로 잠이 들었고 비행기는 무사히 데안에 도착했다. 성환과 태음은 비행기에서 내려 잠을 찾은 후 택시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다.

 

“상당히 더울 줄 알았는데 서늘하고 괜찮군요.

 

태음이 성환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성환은 아직까지 상황에 대해 어리둥절해 있었기 때문에 태음의 말을 그냥 흘려 들으며 대답했다. 그 때 두 사람의 뒤에서 어설픈 한국말이 들렸다.

 

“어디로 가십니까?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았고 검은 모자를 쓴 170cm정도에 구릿빛 피부에 콧수염이 있는 한 남자가 다가와 태음의 가방을 잡으려 하며 다시 말했다.

 

“내가 안내해 드립니다.

 

낯선 사람의 갑작스러운 호의에 성환은 경계를 하며 태음의 앞으로 가방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따로 일행이 있습니다.

 

“아 나는 나쁜 사람 아닙니다. 제 이름 타이만 입니다. 한국에서 일한 적 있어서 한국말 조금 할 줄 압니다. 저 도움 됩니다. 같이 하십시다.

 

타이만은 자신의 택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괜찮습니다. 저희 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때 성환의 눈에 외국인의 뒤로 험악하게 생긴 무리가 태음과 성환 쪽으로 손짓하며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고 위험을 느낀 성환은 말했다.

 

“알겠습니다. 빨리 가십시다. 짐을 싣게 뒤 트렁크를 열어 주세요."

 

성환은 자신의 짐을 차 뒤쪽으로 가지고 갔다. 그런데 타이만은 트렁크를 열기 전에 먼저 태음의 가방을 뒤쪽으로 옮겼다. 마음이 급해진 성환은 재촉하기 시작했다.

 

“얼른 트렁크를 열어요."

 

인상이 험악한 무리 중에 한 사람이 갑자기 택시로 뛰어왔고 성환은 눈을 질금 감았는데 험악하게 생긴 무리 중 한 사람이 말했다.

 

“ 잘 지내나 타이만!

 

“오 자심! 여기엔 무슨 일인가?

 

“일이 있어 동생들과 들렸어. 여전히 한국 손님에게 인기가 좋군. 형의 소식은 아직인가?"

 

아직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네.”

형의 소식을 듣게 되면 우리에게 꼭 알려 주기 바라네.”

 

꼭 알려주도록 하지.”

 

그들은 타이만과 잠시 대화를 하다가 어디론가 걸어갔고 태음과 성환은 타이만의 택시에 올라탔다. 정대와 태음은 타이만이라는 사람을 따라 숙소로 향했다. 도착한 곳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허름한 건물 이었다. 정대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태음이 타이만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2층으로 안내된 방에는 싱글 침대가 두 개 있었다.

 

“여기서 씻고 저기서 잡니다.

 

씻을 곳과 침실을 알려주고는 타이만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비행기에서 계속 잠을 잤기는 했지만 몰려오는 피로 때문에 태음과 정대는 씻고 난 후 바로 잠이 들었다.

 

“일어납니다. 일어납니다.

 

“옷 입고 밥 먹으로 갑시다.

 

두 사람이 간 곳은 식당SUN 이었다.  양고기 스프와 빵을 맛있게 먹은 후 타이만은 잠시 밖으로 나갔다. 태음의 눈에 피아노가 들어왔고 무엇에 이끌리듯 태음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도 도 도 도

 

피아노 연주가 끝이 나고 식당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고 박수 소리가 식당을 가득 채웠다. 태음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환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성환과 나갔다가 들어온 타이만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태음을 맞이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죠.

 

태음은 성환에게 미소 띤 얼굴로 이야기했고 태음과 성환 운전기사 타이만은 가방을 들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 타고 왔던 택시가 보였고 두 사람은 택시의 문을 열고 뒤편에 앉았다. 타이만이 시동을 켜려고 할 때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운전석의 문과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이 사람들은 뭐야”

 

성환과 타이만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반면 태음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차분했다. 성환은 차에서 내려 괴한들을 저지하려 했고 그때 괴한 중 한 명이 칼을 꺼내어 성환의 목에 가져다 댔다. 괴한들은 타이만을 끌어내어 12인승 승합차에 태웠다. 태음과 성환을 뒤편 좌석에 앉게 한 후 세 사람이 태음 일행을 마주보고 탔고 운전석이 있는 앞에도 운전자를 포함해 세 사람이 타서 태음과 성환 타이만의 얼굴부터 허리까지 자루 같은 것을 씌워 묶은 후 승합차를 출발 시켰다. 괴한 중 한 명이 영어로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는데 발음이 정확하고 능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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