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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정도를 달려 승합차는 커다란 창고 같은 건물 앞에 멈췄다. 승합차의 문이 열렸고 태음 일행은 뒷좌석에 앉았던 세 사람의 손에 이끌려 차에서 내렸고 그들의 앞에는 하얀 수염에 근엄한 표정을 흰 수염의 노인이 있었고 뒤에는 열 명 정도가 일렬로 서서 자동 소총으로 태음의 일행을 겨누고 서있었다. 흰 수염의 노인은 태음의 머리에 쓰인 자루를 벗기며 영어로 말했다.

 

“실례를 무릅쓰고 강압적으로 납치하듯이 이곳으로 모셔온 점을 사과 드립니다.

 

자루를 벗긴 흰 수염의 노인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태음 일행을 납치하듯 데려온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 중 한 사람이 흰 수염의 노인에게 라이베라어로 뭐라고 말했다. 타이만이 흰 수염의 노인과 괴한의 대화를 띄엄띄엄 한국어로 태음과 성환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제 내가 들은 피아노 연주를 한 사람이 아니잖아.

 

SUN에서 피아노를 치는 동양인을 데려오라고 하셔서 피아노를 연주를 하는 동양인과 그 일행을 데려온 겁니다.

 

“내가 어제 들었던 연주를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이 사람이 그만한 연주를 하지 못하면 화해의 날을 망치게 될 거야”

 

“이 사람도 피아노를 아주 잘 칩니다.

 

“만약 그 말이 거짓이면 이 사람들은 물론 너희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흰 수염의 노인은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쓴 얼굴로 태음 일행을 노려보며 지나갔고 괴한들은 태음 일행을 창고 안으로 데려갔다. 창고 안에는 군청색의 군용 비행기 하나와 트럭 3대가 있었고 한구석에 피아노 낡은 피아노 한대가 놓여 있었다. 태음 일행은 피아노 앞에 나란히 섰고 그 뒤로 태음을 데리고 온 괴한 여섯 명이 섰고 그 뒤로 자동 소총을 가진 10명이 섰다.

 

“피아노를 아주 잘 친다고 하니 한번 내 앞에서 연주해 보도록 하시오. 내 마음에 들지 못하면 난 내가 든 손을 아래로 내릴 것이고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책임질 수 없소.

 

타이만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국어로 흰 수염의 노인의 말을 통역했다. 흰 수염의 노인은 손을 위로 들었고 자동소총을 든 10명은 괴한들과 태음일행을 겨누었다. 괴한들은 소리치며 엎드리거나 무릎을 꿇었고 타이만과 성환도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며 그 자리에 앉았다.

태음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다가 피아노 쪽으로 다가가 피아노 밑에 있는 의자를 꺼냈다.

의자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태음은 의자의 먼지를 오른손으로 털고는 피아노에 앉았다.

태음은 피아노 건반의 뚜껑을 열고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낮은 도에서 높은 도의 건반을 치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듣고 있던 하얀 수염의 흰 수염의 노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리려 했다. 그때 태음이 연주를 하던 손을 멈추고 오른 손을 높이 위로 들었다. 그 모습을 본 흰 수염의 노인은 손을 내리려다 멈칫했고 태음은 양손을 건반에서 위로 5cm정도 떨어지게 올리더니 건반 위의 양손을 교차한 후 오른손은 오른쪽으로 왼손은 왼쪽으로 공기를 쓰다듬는 듯한 모습을 보인 후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가 끝나자 창고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창고 바닥을 구르며 웃고 있었고 흰 수염의 노인도 마찬 가지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웃음소리는 잦아들었다. 웃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옷에 뭍은 흙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흰 수염의 노인은 온화한 표정으로 변해 태음에게 굽실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놀라운 연주를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희를 위해 연주를 한번 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타이만이 떠듬떠듬 통역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조금 전까지 몸을 숙이며 움츠리고 있던 성환이 당당한 표정으로 흰 수염의 노인에게 다가가 이야기했다.

 

“연주에 관해서는 저와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

 

성환은 타이만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통역하라는 손짓을 했다. 타이만이 통역하자 흰 수염의 노인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태음 군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성환이라고 합니다.

 

성환은 프린트 후 코팅한 명함을 흰 수염의 노인에게 건넸고 흰 수염의 노인은 명함을 보는 둥 마는 둥하고 다시 태음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자 다시 성환이 흰 수염의 노인의 앞을 막으며 말한 후 타이만에게 손짓했다.

 

“태음 군과의 모든 일은 저를 통해서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

 

성환의 표정을 본 타이만은 성환보다 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흰 수염의 노인은 태음을 쳐다보았고 태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성환과 흰 수염의 노인은 타이만을 바라보았고 통역을 통한 대화가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던 흰 수염의 노인은 갑자기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통역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답답해서 안 되겠군 영어 할 줄 하는가?

 

성환은 당황하지 않았고 말했다.

 

“네 조금 할 줄 압니다. 계약 사항에 관해서 이야기 하도록 하죠."

 

“연주비용은 장소와 인원에 따라 틀립니다.

 

어떻게 다릅니까?”

그건 우선 제가 세부사항을 알아야 합니다. 성환은 말끝을 흐리고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수첩에 들고 물었다.

 

“연주 장소는 어디 입니까?

 

“라이베라 아트 홀이오."

 

“아 라이베라 아트 홀이군요.

 

성환은 수첩에 라이베라 아트 홀이라고 쓰려다가 놀라서 다시 물었다.

 

“네 라이베라 아트 홀이요? 거긴 중동에서 가장 큰 연주 홀로 세계최고의 음악가들만 연주하는 곳이지 않습니까?

 

“맞소."

 

성환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흰 수염의 노인 비행기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자세한 것은 비행기에서 이야기 합시다. 저 사람은 여기 두고 가는 갑시다.

 

흰 수염의 노인이 타이만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고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말하는 느낌으로 분위기를 파악한 타이만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그때 태음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타이만은 저희의 친구입니다. 함께 가지 못한다면 저도 가지 않겠습니다.

 

“ 아 그렇군요.” 저 사람도 함께 간다. 같이 태워라”

 

흰 수염의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이베라어로 말했다. 성환의 눈에 타이만과 태음이 비행기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성환은 너무나도 갑자기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해 머릿속이 복잡했다. 흰 수염의 노인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환의 손을 잡이 끌었다. 비행기에 타니 큰 공간이 있었고 앞쪽 문을 열자 여객기와 같지는 않았지만 앞쪽으로 향하는 의자들이 4열씩 10개 정도 있었다. 앞쪽에 태음과 타이만이 무장한 사람들과 탔고 흰 수염의 노인은 성환과 같이 탄 후 흰 수염의 노인은 성환을 흰 수염의 노인의 앞에서 왼쪽에 앉힌 후 자신은 가장 뒤쪽 오른 편에 앉았다. 그리고 태음을 바라보며 손짓으로 자신의 옆자리로 불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라이베라 공화국에는 화해의 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1년에 하루 왕가의 사람들과 신하들 장로들과 군부의 사람들이 어떠한 분쟁 중이라도 라이베라 아트 홀에서 음악을 듣는 날입니다. 그 하루는 분쟁당사자간의 어떠한 충돌도 용납되지 않으며 그것을 어겼을 시에는 어긴 쪽이 상대편이 요구하는 요구조건 세 가지를 들어 줘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의 음악 연주를 들으며 마음을 추스르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삼촌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던 우리아 2세가 만든 날입니다. 태음 군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원래는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어긋나게 되면서 마음을 울리는 당신의 피아노 소리는 화해의 날에 걸맞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렇게 부탁하게 된 것입니다. 제 부탁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흰 수염의 노인은 태음의 손을 잡으며 말했고 태음은 흰 수염의 노인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태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성환은 흰 수염의 노인의 옆자리로 가서 매니저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나 오시는 연주 입니까?

 

“다해서 70명 정도 될 것이오."

 

“그렇군요! 그러면 일인당……”

 

“네?

 

50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곳에 70명이요?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농담이 아니오! 왕족과 장로 그리고 군 장성들만 올 것이기 때문에 70명 정도 올 것이오."

 

“아 그렇군요. 그런데 개런티는 어떻게 되는지. 태음 군이 하기로 해도 가장 중요한 개런티가 맞지 않는다면 매니저인 저로서는 허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말끝을 흐리는 성환에게 흰 수염의 노인이 말했다. 입장객 한 명당 만 불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명당 만 불이요!

 

성환은 가지고 있던 수첩을 떨어뜨리며 조금 전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환의 태도를 오해한 흰 수염의 노인은 황급히 이야기 했다.

 

“부족하면 더 드릴 수 있습니다. 2만 불 어떻습니까?

 

떨어진 수첩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성환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지만 이내 몸을 일으키면서 거만한 표정으로 바꾼 후 말했다.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네 그럼 1인당 2만 불로 하죠.

 

대화가 마치자마자 갑자기

 

“삐 삐 삐”

 

갑자기 신호음이 울리며 비행기의 조명이 빨간 불로 바뀌었고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비행기 뒤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나와 함께 갑시다.”

 

흰 수염의 노인은 성환의 손을 잡은 후 뒤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성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태음 쪽을 바라보았다.

“피아니스트의 안전은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중에 최고의 사람이 함께 할 테니”

흰 수염의 노인이 말했다.

뒤쪽에 문이 달려있던 벽이 위쪽으로 들렸고 앞쪽에 있는 무장한 사람들이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메고는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흰 수염의 노인에게 가방 하나를 건네고는 뒤쪽으로 걸어갔다. 흰 수염의 노인은 가방을 멘 후 성환의 등 뒤에서 허리를 잡고는 자신의 몸과 성환을 벨트로 묶기 시작했다.

“지금 설마 여기서 뛰어내리는 겁니까?

“보기보다 재미있소. 뛰어내린 후에 눈을 감고 있다가 내가 다릴 들라고 하면 눈을 뜨고 다리만 일자로 들면 되오."

성환이 뛰어 내리기 전 태음과 타이만 쪽을 바라보니 타이만이 태음에게 들은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듯한 모습이 보였고 이내 태음과 타이만은 무장한 사람들의 각각 앞에서 비행기에서 함께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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