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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은 회장 전용기를 타고 라이베라 공화국의 수도 다일로 향했다. 양 회장이 대사관을 통해 모든 것을 조율해 놓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온몸을 감쌌다. 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했고 채성은 VIP 라운지로 향했다.  그 곳에는 자신의 티켓을 찾아 주었던 하얀 얼굴의 남자와 동양인 남자 한 사람이 있었다. 채성은 태음에게 걸어갔는데 동양인 남성이 채성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저는 태음 군의 매니저 성환이라고 합니다. 태음 군과 이야기하기 전에 모든 조율은 저와 하셔야 합니다.”

 

채성은 성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모든 조건은 그 쪽에서 원하는 데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시가 급하니 비행기를 타시죠."

 

태음은 채성을 보는 순간 이나주 사장과의 마지막 대화가 생각났다.

 

“태음 군 오늘이 마지막 날이군요. 피아노를 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하게 되었을 겁니다.”

 

인연 BAR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태음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생각나기 시작했었다. 마지막 연주를 끝낸 후 자신의 궁금증은 대부분 해결되었지만 단 하나 풀리지 않는 응어리 같은 것이 있었다.

 

태음은 한달 동안 피아노를 치면서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던 옛날 일들이 기억나게 되었다.

태음이 다섯 살 때 어머니와 자동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운전을 하던 어머니는 슬피 울고 있었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자동차는 뒤집혔다. 이나주 사장이 차 쪽으로 뛰어 갔고 어머니는 안전벨트를 해서 운전석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이나주 사장이 어머니를 구하려 했지만 사고로 인해 자동차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 때 어머니가 이나 주 사장에게 소리쳤습니다.

 

“옆쪽에 아이를 먼저 구해 주세요.

 

이나주 사장은 자동차의 오른 쪽문을 열어 어린 태음을 구했고 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태음의 어머니를 구하려 했는데 그때 태음의 어머니가 이나주 사장의 손을 잡고 눈을 감은 채 무엇인가를 중얼거렸고 이나주 사장은 넋을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잠시 후 자동차는 폭발했다.  그 후 이나주 사장은 태음을 고아원에 맡기고 그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힘을 태음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을 이나주 사장이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태음을 찾아 다니다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태음은 피아노를 치면서도 어머니가 운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없었고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제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명확해 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주를 하면 할수록 저를 가로막고 있는 문 같은 것이 보여요. 그 문 넘어 누군가 있는 것 같은데 누구 인지를 알 수 가 없군요."

 

한 사람을 만나세요. 그 사람은 지금 데안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태음 군의 의문에 답을 줄 수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모든 비용은 이 카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태음 군이 만나야 하는 사람은 XXX입니다.

 

XXX

태음은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채성과 태음 성환은 미리 준비된 승합차를 탔는데 승합차 안에는 검은 안경을 쓴 세 사람이 있었다. 승합차는 빠른 속도로 비경 빌딩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말했다. 태음님은 바로 엘리베이터로 가시면 되고 매니저님과 채성님은 저희와 일층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태음 군의 안전을 위해 저도 같이 가야 합니다.

 

“위에서 지시가 그렇게 내려 왔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채성님과 매니저님께서는 1층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채성은 자신이 맡은 일의 마지막 마무리를 확실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양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 회장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채성 군 채성 군은 정말 모든 일을 잘 해내주었습니다. 아버지와 저만 태음 군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부탁합니다.

 

채성은 양 회장의 간곡한 목소리에 하는 수 없이 1층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비경 빌딩에 도착하자 태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파란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술복 같은 옷과 장갑 마스크 신발이 여러 개 정리되어 놓여 있는 방이 있었다. 방안에 들어서자

 

“옷을 갈아입으시고 신발을 신으신 후 마스크를 쓰신 후 방의 오른 쪽 모서리에 서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소리가 들렸다. 태음은 옷을 갈아입은 후 방의 오른 쪽 모서리에 섰다. 알코올 냄새가 나는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더니 바닥이 아래로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태음이 도착한 곳은 채성이 열었던 하얀 문의 안쪽이었다.

 

왔습니까?

스피커에서 양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려 보니 문 안쪽 투명한 벽 넘어 피아노가 보였다

 

“비경 그룹 회장 양태정 입니다. 이곳에 부른 이유는 아버지께 태음 군의 피아노 연주를 들려 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부탁합니다.

 

양 회장이 채성에게 이야기 했던 것처럼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고 그냥 태음에게 피아노 연주를 부탁했다. 태음은 아무 말 없이 피아노의 건반의 가장 낮은 미에서부터 높은 쪽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미 미 미 미 미 미 미”

 

태음은 양손을 건반에서 위로 5cm정도 떨어지게 올리더니 건반 위의 양손을 교차한 후 오른손은 오른쪽으로 왼손은 왼쪽으로 공기를 쓰다듬는 듯한 모습을 보인 후 연주를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양 회장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삐 삐 삐 ~

 

양 회장의 아버지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던 컴퓨터에서 이상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왼쪽의 문이 열리며 의료진들이 황급히 달려 들어와 양 회장 아버지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고 양 회장은 아버지 쪽으로 황급히 달려가 꺼져 있던 왼쪽의 모니터를 켰다. 모니터에는

 

‘아씨 아씨 아씨 아씨의 피아노 소리야!

 

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의료진을 뒤로 한 채 양 회장은 태음이 있는 쪽으로 향했고 벽 쪽의 버튼을 누르자 천정에서 양 회장 뒤편으로 회색 벽이 내려와 양 회장의 아버지와 의료진이 있는 곳과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조금 전까지 의료진의 소리와 알람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지만 벽이 내려온 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양 회장은 자신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습니다. 제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저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닌 저를 볼 때 마다 아들이 아닌 부하 직원 중 한 명을 대하는 듯이 행동하시는 회장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8살이 될 무렵 아버지의 일기를 보게 되었고 아씨라는 존재로 인해 저의 인생의 한 부분이 어긋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피도 눈물도 없는 일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그렇게도 그리워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내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보상받고 싶다고 생각해서 아씨에 대해서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한 번도 웃어 주지 않던 아버지가 아씨의 사진을 보며 웃는 모습을 보았을 때 찾아내서 꼭 복수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죠. 그리고 지금 아씨의 자손이 제 앞에 있습니다. 바로 최태음 당신입니다. 지금의 이 상황을 위해서 이제껏 죽지 않게 이렇게 많은 돈을 써가며 아버지의 목숨을 살려 왔습니다. 당신의 목숨을 가져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보상이 되지는 않겠지만 아버지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순 있을 테니 그것으로 아버지에게 복수 하려고 합니다.

 

양 회장은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어 태음을 겨누었고 태음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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