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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성은 알람 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배게를 들어 보았고 그곳에는 수표 한 장이 있었다.

 

 

“아 어제 일은 꿈이 아니었구나”

 

 

‘음 완벽한 음악이라’

 

 

강채성은 이를 닦으며 어제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따르릉 따르릉”

 

 

“아침부터 누구야?”

 

 

단잠을 자고 있던 강채성은 짜증나는 목소리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당신의 꿈을 이루어 드립니다.’

 

 

이름대신 휴대폰에 나타난 문구였다.

 

 

“대출 문자인가? 안 받아”

 

 

그때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tv 광고에서 본 문구였다.

 

 

급하게 통화 버튼을 누르자 근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채성씨 되시죠?”

 

 

“네 제가 강채성입니다.”

 

 

“전 비경그룹 비서실장 김진구 라고 합니다. 양태정 회장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네 저를요? 무슨 일로 그러시는 건지?”

 

 

“오늘 몇 시에 시간이 되시는지요?”

 

 

“오후 세시쯤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집에서 쉬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할 일은 없었지만 집에서 할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었기에 오후로 잡은 것이었다.

 

 

“그럼 오후 세시에 비경그룹 본사로 오시기 바랍니다. 그 때 뵙겠습니다.”

 

 

뚜뚜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에이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 버리다니”

 

 

강채성은 세계 3대 회사 중 하나인 비경 그룹에서 그것도 회장이 왜 자신을 찾는지 궁금했다.

 

 

장난 전화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꿈을 이루어 드립니다 라는 문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 다시 잠을 청하려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양복으로 갈아입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서도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커져 나갔다. 그때 건너편 옆쪽에 앉아 있던 여자 세 명 중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다 일어나 지하철 기둥에 기대어 서있는 강채성에게 다가와 말했다.

 

 

“혹시 음악 신성 강채성씨 아니세요?”

 

 

“아닌데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천재 작곡가 바이라만 슈베르의 콘서트에서 본 강채성씨 맞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바이라만 슈베르!

 

 

떠올리기 싫은 이름을 들어버린 강채성은 질문하는 여성을 피해 다른 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정신을 차리자 마지막 칸에 있던 자신이 맨 앞 칸까지 와있는 것을 깨달았다.

 

 

3년 전 서울에서 가장 큰 콘서트홀에서 대가와 신성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피아노 콘서트! 거장이 즉석에서 작곡 하여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을 강채성이 박자 하나 틀리지 않게 그 자리에서 그대로 완벽하게 소화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던 일이 있었다. 이후 바이라만 슈베르가 그것은 하나의 쇼였을 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다고 말했고 자신의 앞에서는 콘서트 성공을 위해 그렇게 칭찬하면서 열심히 해보자고 말하던 사람이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큰 실망과 충격을 받았고 강채성에게 쏠렸던 이목은 tv에 몇 번 출연하는 것을 끝으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었다.

 

 

이번 역은 강남역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생각에 잠겨 있던 강채성은 안내 방송을 듣고 현실로 돌아와 지하철에서 내렸다. 이미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다 잊기 위해 여행을 다녀 온 것 인데 다시 생각나 버린 것에 대해 애써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지하철역을 나오자 2월이라고는 느껴 지지 않을 만큼 따스한 햇살이 강채성의 얼굴을 비췄다.

 

 

10분쯤 걸어 비경그룹 본사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입구에 있는 안내 데스크로 가려는 순간 검은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다가왔다.

 

 

“강채성씨 되시지요?”

 

 

“예 제가 강채성입니다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몇 개의 문을 지나자 엘리베이터가 하나 나타났다.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엘리베이터에는 버튼이 없었고 대신 문 왼쪽 편에 열쇠 구멍 하나가 있었다. 강채성을 안내 했던 두 명중 왼쪽에 서있던 사람이 목에 걸고 있던 열쇠를 꽂아 돌리자 엘리베이터 문의 오른 쪽 편의 공간에서 밝은 빛이 나기 시작했고 아홉 자리의 숫자 자판이 나타났다. 오른쪽에 서있던 사람이 번호를 눌렀고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잠깐 눈을 가려 주시겠습니까?”

 

 

왼쪽에 있던 사람이 안대를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강채성은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가보자라고 생각하며 안대를 받아썼다. 잠시 후 두 사람이 강채성의 오른팔과 왼팔을 각각 붙잡고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이 이끄는 데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따로 할일 도 없었기에 마음속으로 걸음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 백’

 

 

“이제 안대를 벗으셔도 됩니다.”

 

 

“안대를 벗자 검은색 문이 눈앞에 있었고 양 옆은 하얀 벽으로 뒤쪽에는 하얀색 문이 있었다.

 

 

“저희의 할 일은 여기까지 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것은 강채성씨의 몫으로 남겨두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문을 여시지 않으신 채로 돌아 가고 싶으시면 문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 주시면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직원 두 사람은 하얀색 문을 열고 나가자 홀로 남겨진 강채성의 머리 위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서는 알코올 냄새 같은 것이 났다. 잠시 후 바람이 그쳤고 뜻밖의 상황에 자신의 앞에 있는 검은 문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함이 교차되며 한 순간 망설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는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강채성은 검은 문의 손잡이를 힘껏 돌려 당겨 보았다. 열리지 않는 문을 안쪽으로 밀어보니 열렸고 갑작스럽게 열린 문으로 인해 넘어지듯 문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눈앞에는 온통 흰색인 방과 열다섯 걸음 정도 되는 거리에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과 누워 있는 사람에게 연결 되어 있는 여러 가지 의료기기와 모니터 화면들이 있었고 그 곁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다른 모니터 들은 다 켜져 있었는데 환자의 왼쪽 머리 쪽 의 모니터 즉 앉아 있는 사람의 오른쪽에 있는 모니터만 꺼져 있었다.

 

 

“왔습니까?”

 

 

침대에 곁에 앉아 있던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채성에게 다가오며 말했고 목소리는 스피커 같은 곳에서 나오는 것처럼 어색했다. 잠시 후 강채성은 자신과 회장 사이에는 투명한 벽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가오는 그 사람이 자신을 부른 요즘 tv에 자주 등장하는 양태정 회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왼쪽의 한 부분이 한 사람 정도가 지날 수 있을 만큼 옆으로 열리고 양태정 회장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양태정이라고 합니다.”

 

 

수술복 같은 하얀 옷을 입고 끼고 있던 장갑을 벗은 후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모습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50대도 안되어 보여 강채성은 놀랐다.

 

 

“강채성입니다.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강채성은 긴장으로 인해 악수하는 손은 떨렸고 목소리 또한 그랬다.

 

 

“자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 하도록 하지요”

 

 

양태정 회장이 자신의 왼쪽에 있는 벽의 한 부분에 손을 올리자 벽이 옆으로 열렸고 환하게 빛이 나고 있는 곳으로 두 사람은 걸어 들어갔다. 넓은 응접실 분위기가 나는 방은 한쪽 벽이 유리로 되어 있고 여러 가지 식물들이 유리 너머로 보였다. 머리 위로는 조명의 빛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을 만큼 밝은 빛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를 통째로 잘라 만든 것 같은 나무 식탁이 가운데 있었고 고풍스러운 의자 두 개가 양 옆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자 앉으세요. 차는 무엇으로 드릴까요? 커피 녹차?”

 

 

나이가 있는 어른에게 대접을 받으려니 어딘가 어색했던 강채성이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알아서 마시겠습니다.

 

 

회장이 미소를 머금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아니에요. 손님으로 오셨는데 제가 대접을 해야지”

 

 

회장의 표정과 동작을 보고 강채성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녹차로 주십시오”

 

 

양태정 회장이 약간은 멋쩍은 표정을 띄며 말했다.

 

 

“녹차는 티백 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회장은 능숙하게 녹차 티백의 포장을 뜯어 컵에 넣고 자신의 컵에는 일회용 커피 믹스를 넣은 후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부어 양손에 들고 강채성이 있는 곳으로 가져 왔다. 강채성이 받아든 컵에는 곳곳에 흠집이 나있었고 회장의 컵도 마찬 가지였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양태정 회장이 침묵을 깨는 헛기침을 한 후 말하기 시작했다.

 

 

“김진구 비서실장님이 뭐라고 말하던가요?”

 

 

“오늘 세시에 본사로 오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아 그랬군요.

 

 

“강채성군을 오늘 이곳에 오시라고 한 것은 부탁이 있어서 입니다. 제 부탁을 들어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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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천지 호수 위에서 빛나고 있었지만 많은 스텝들은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볼 겨를 도 없이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콘서트 장 아래에 위치한 별장에는 세계의 정상들 태운 리무진이 하나 둘씩 들어오는 것이 보였고 세기의 콘서트를 중계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온 취재진들이 쉴 새 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데고 있었기에 카메라의 플레쉬 빛과 셔터소리가 천지호수의 한적함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편지를 읽어 주세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시 돌려주시면 되요”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스텝들의 목소리에 생각에 잠겨있던 장선환 메니져는 현실로 돌아왔다.

 

“콘서트 시작 시간까지 1시간 반 남았습니다. 마지막 체크 부탁 드립니다. "

 

“스카이라이트 및 메인 조명 보조 조명 체크 끝났습니다.

 

“메인 스피커와 객석 마다 설치된 보조 스피커 체크 끝났습니다.

 

“무대 장치 및 효과 체크 끝났습니다.

 

오케이!

 

메니져님 메니져님! 태음씨는 준비 되셨나요? 리허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장 감독님 태음씨가 리허설 없이 바로 연주하겠다고 하네요”

 

"무대 리허설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 까요? 잠깐의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장감독은 걱정과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장감독님 이제껏 태음씨가 실수 한 적이 있나요? 걱정 마시고 진행 큐시트를 전달해 두었으니 걱정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현재 세상의 모든 피아니스트보다 큰 인기를 누리고 지금은 세계정상들과 세계의 눈이 집중된 백두산 천지에서의 통일기념 콘서트를 열게 된 30 초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어린 모습에 빛나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최태음 그는 4년 전 갑자기 내 눈 앞에 나타났다.

 

4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장선환은 눈앞에 보이는 인연 이라는 바로 들어갔다. 비가 오는 밖의 모습과는 다른 밝은 분위기였고 꽃향기라고 하기에는 밋밋한 옅은 풀 냄새 같은 것이 바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이미 자리는 거의 차있었고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피아노 옆의 바의 구석 자리가 비어 있어 그곳에 앉으며

 

“맥주 한 병이요”

 

긴 생머리를 뒤쪽으로 묶은 여자 바텐더가 말했다.

 

“손님 오늘은 무알콜 음료만 판매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예약석이라 앉으실 수 없습니다.

 

“술집에서 술을 안 팔아요? 이런 구석자리를 예약하는 사람도 있나요?

 

“오늘 처음 오셨나 보내요. 이 자리는 일주일에 한번 추첨으로 예약할 수 있는 명당자리랍니다."

 

“명당자리요?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제일 앞에서 볼 수 있는 자리거든요. 그리고 그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연주가 있는 날은 알코올음료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그 피아니스트가 그렇게 대단해요? "

 

음악관련 일을 했었던 그였기에 이런 바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라면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들어보시면 알죠. 마침 입구 쪽 한자리가 비었으니 앉아서 들어 보세요. 음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어요?

 

검은색 메뉴판을 펼치자 가장 앞에 레몬에이드가 사진과 함께 보였다.

 

“레몬에이드로 하지요.

 

자리에 앉아서 피아노 쪽을 바라보니 청바지에 하늘색 셔츠를 입은 검은 머리의 청년이 걸어와 앉았다. 주위에서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청년은 눈을 감고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심호흡을 했다.

 

“ 주문하신 레몬에이드 나왔습니다. 연주가 끝날 때 까지는 자리이동이나 밖으로 나가실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여자 바텐더는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며 파란 빨대가 꽂혀 있는 둥근 유리잔을 내려놓고 테이블 가운데에 있는 초에 불을 붙였다. 처음 바에 들어왔을 때 나던 풀 냄새가 불이 붙은 초에서 나고 있었다. 바 입구에 있는 문을 잠그고 open 표지판을 close로 바꾼 후 바의 전체 조명을 껐다. 피아노와 연주자를 비추는 조명은 남아 있었기에 바 전체가 컴컴해지지는 않았다. 잠시 후 하늘을 바라보던 청년은 자세를 바로 잡고 주머니에서 반짝거리는 무엇인가를 꺼내 피아노 악보를 놓는 곳에 올려놓은 후 연주를 시작 했다.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도 “

 

가장 낮은 도에서부터 한 옥타브씩 올라가며 피아노의 도만을 계속해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연주가 반복되고 장선환은 그러면 그렇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피아노를 치던 청년이 양손을 건반에서 위로 5cm정도 떨어지게 올리더니 건반 위의 양손을 교차한 후 오른손은 오른쪽으로 왼손은 왼쪽으로 공기를 쓰다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연주가 끝났고 아무 말 없이 피아노를 치던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다. 침묵이 흐르고 환호와 박수가 바 전체에 울려 퍼졌다. 장성환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번졌고 두 눈에선 기쁨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박수를 치며 장성환은 생각했다.

 

‘이런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천재를 넘어선 사람이다. 저 청년의 연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구나’.'

 

잠시 후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바의 사장인 이나주라고 합니다. 오늘 찾아 주신 손님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아시고 계신 분도 있으시고 오늘 처음으로 오신 분도 있으시니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의 바에서는 7 30분부터 피아노 연주를 들려 드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한 달이 되었는데요. 다음 주 목요일이 피아노를 연주하시던 최태음 군의 마지막 연주 입니다. 바에서만 연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다음 주 마지막 연주에 너무 많으신 분이 올 수 있어서 미리 추첨을 통해 참석자를 뽑으려고 합니다. 바의 좌석은 지금의 3분의 2 60석입니다. 오늘 오신 분의 숫자대로 미리 추첨권을 준비 했습니다. 두 장을 잡으시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어린 시절 여러분께서 문방구에서 한 번씩 해보셨던 뽑기처럼 마분지에 스템플러로 붙여둔 추첨권을 앉아 계신 순서대로 나오셔서 한 장씩 뽑아 주시면 되겠습니다. 추첨권의 내용은 마지막 손님까지 다 뽑으신 후 다 같이 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차례차례 한 장씩 뽑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마지막 사람이 추첨권을 뽑을 때까지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장성환이 추첨권을 뽑아 자리로 돌아왔다.

 

장성환이 자리에 앉자 이나주는 추첨권을 뽑았던 마분지를 돌렸고 거기에는 바의 좌석 위치와 번호가 적힌 그림이 있었다.

“자 여러분 뽑으신 추첨권을 개봉해 주시기 바랍니다. 번호가 적혀 있으신 분은 다음 주 목요일 7 30분까지 바로 오시면 됩니다. 양도를 피하기 위해 제가 번호를 부르면 추첨권을 가지시고 직원에게 연락처와 성함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환호와 탄식이 뒤섞여서 바는 조금 시끄러워 졌다.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번호를 부르겠습니다. 먼저 1번”

 

장성환은 떨리는 마음으로 추첨권을 열어 보았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아쉬움에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 졌다.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일어나서 번호가 적히지 않은 추첨권을 뽑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시선을 느끼며 이나주 사장 옆에 있는 직원에게 걸어갔다.

 

“이제 마지막 번호 입니다. 60번”

 

그 자리는 장성환이 바에 처음 들어 왔을 때 앉으려 했던 여자 바텐더가 말했던 명당 자리였다.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 하며 바의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아무도 일어나지 않자 다시 한 번 이나주 사장은 번호를 불렀다.

 

60 60번을 뽑으신 분은 없으신가요? 다시 한 번 자신의 추첨권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성환은 이미 자신이 당첨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쉬움에 꽉 쥐어서 구겨질 데로 구겨진 추첨권을 다시 한 번 펼쳐보았다.

 

60

 

추첨권에는 선명히 6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60번을 뽑으신 분은 없으신가요?"

 

장성환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오른 손을 들어 올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의문을 품은 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분명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연락처와 이름을 적으면서도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여자 바텐더가 웃으며 장선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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