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4월 7일 흐림
드디어 아씨의 행방을 찾았다. 몇 번을 찾았지만 만나기 직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셔서 만날 수 없었던 아씨! 내 나이 이제 아흔이지만 아씨를 생각하면 마당을 쓸던 어린 돌쇠가 된다. 아씨, 아씨 부르며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잠에서 깨면 내일은 만날 수 있기를.
일기의 내용은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태음은 양 회장이 회심에 찬 미소로 자신에게 내밀었던 일기장의 내용이 앞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아 조금은 황당한 표정을 일기장을 바라보며 지었고 양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일기장의 다음 장을 펼쳤다. 그러자 사진을 넣는 봉지가 일기장에 붙어 있었고 그 봉지 안에는 흑백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그 사진에는 부녀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양 회장은 그 사진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고 안주머니에서 또 다른 사진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사진에는 조금 전 보았던 흑백 사진에 찍혀 있던 부녀의 모습 중 딸의 모습이 흑백이 아닌 컬러 사진으로 찍혀 있었다.
양 회장은 컬러 사진을 채성의 앞에 놓았다가 이내 뒷면을 보여 주었는데 거기에는 파란색으로 1978년 10월 10일 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채성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사진 속의 인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흑백 사진과 컬러사진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사진은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데 사진 속의 사람은 그대로 인 것 같습니다.”
양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당황해 하는 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똑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이 사진은 사실 아씨의 손녀의 사진입니다.”
“손녀요?"
“네”
“그렇다면 회장님의 아버님께서 시장에서 본 아씨의 모습을 한 사람은?”
“네. 아씨의 따님이었던 거지요”
"아! 그렇다면 시장에서 본 아씨의 어머니가 진짜 아씨였던 것이군요"
양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일기장에 붙여진 봉지에 넣고 일기장을 덮었다.
“회장님 아무리 딸과 어머니는 닮는다고 하지만 이건 사진만 보면 똑같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장님의 아버님께서 아씨를 본 것으로 착각 하셨었나 봅니다."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던 채성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은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이렇게 여러 가지 실마리를 가지고 계시다면 회장님께서 직접 사람을 시켜서 데리고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만”
양 회장은 양손을 팔짱을 끼고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채성군 제가 채성군에게 부탁한 것이 뭐였지요? “
“회장님의 아버님께 ‘다시 한 번 아씨의 피아노 소리를 들려 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씨의 피아노 소리보다 아씨를 직접 데려오시는 것이 회장님 아버님께 더 좋은 일 이 아닐까요?”
양 회장은 깊은 한숨을 쉰 후에 말했다.
“아씨를 데려온다고 해도 아버지께서는 이제 아씨를 보실 수 없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아무 소리도 들으실 수 없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저도 아씨의 손녀를 데려오기 위해 아버지처럼 여러 번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마다 번번이 실패를 했지요. 그래서 이번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채성군에게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양 회장은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채성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내용물을 꺼내 보세요”
채성은 봉투 안에 있는 것들을 테이블에 하나씩 꺼내어 놓기 시작했다. 내용물은 투명한 USB와 신용카드 금액이 적혀 있지 않은 수표 한 장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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