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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정도를 달려 승합차는 커다란 창고 같은 건물 앞에 멈췄다. 승합차의 문이 열렸고 태음 일행은 뒷좌석에 앉았던 세 사람의 손에 이끌려 차에서 내렸고 그들의 앞에는 하얀 수염에 근엄한 표정을 흰 수염의 노인이 있었고 뒤에는 열 명 정도가 일렬로 서서 자동 소총으로 태음의 일행을 겨누고 서있었다. 흰 수염의 노인은 태음의 머리에 쓰인 자루를 벗기며 영어로 말했다.

 

“실례를 무릅쓰고 강압적으로 납치하듯이 이곳으로 모셔온 점을 사과 드립니다.

 

자루를 벗긴 흰 수염의 노인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태음 일행을 납치하듯 데려온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 중 한 사람이 흰 수염의 노인에게 라이베라어로 뭐라고 말했다. 타이만이 흰 수염의 노인과 괴한의 대화를 띄엄띄엄 한국어로 태음과 성환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제 내가 들은 피아노 연주를 한 사람이 아니잖아.

 

SUN에서 피아노를 치는 동양인을 데려오라고 하셔서 피아노를 연주를 하는 동양인과 그 일행을 데려온 겁니다.

 

“내가 어제 들었던 연주를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이 사람이 그만한 연주를 하지 못하면 화해의 날을 망치게 될 거야”

 

“이 사람도 피아노를 아주 잘 칩니다.

 

“만약 그 말이 거짓이면 이 사람들은 물론 너희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흰 수염의 노인은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쓴 얼굴로 태음 일행을 노려보며 지나갔고 괴한들은 태음 일행을 창고 안으로 데려갔다. 창고 안에는 군청색의 군용 비행기 하나와 트럭 3대가 있었고 한구석에 피아노 낡은 피아노 한대가 놓여 있었다. 태음 일행은 피아노 앞에 나란히 섰고 그 뒤로 태음을 데리고 온 괴한 여섯 명이 섰고 그 뒤로 자동 소총을 가진 10명이 섰다.

 

“피아노를 아주 잘 친다고 하니 한번 내 앞에서 연주해 보도록 하시오. 내 마음에 들지 못하면 난 내가 든 손을 아래로 내릴 것이고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책임질 수 없소.

 

타이만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국어로 흰 수염의 노인의 말을 통역했다. 흰 수염의 노인은 손을 위로 들었고 자동소총을 든 10명은 괴한들과 태음일행을 겨누었다. 괴한들은 소리치며 엎드리거나 무릎을 꿇었고 타이만과 성환도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며 그 자리에 앉았다.

태음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다가 피아노 쪽으로 다가가 피아노 밑에 있는 의자를 꺼냈다.

의자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태음은 의자의 먼지를 오른손으로 털고는 피아노에 앉았다.

태음은 피아노 건반의 뚜껑을 열고

 

“도 도 도 도 도 도 도”

 

낮은 도에서 높은 도의 건반을 치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듣고 있던 하얀 수염의 흰 수염의 노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리려 했다. 그때 태음이 연주를 하던 손을 멈추고 오른 손을 높이 위로 들었다. 그 모습을 본 흰 수염의 노인은 손을 내리려다 멈칫했고 태음은 양손을 건반에서 위로 5cm정도 떨어지게 올리더니 건반 위의 양손을 교차한 후 오른손은 오른쪽으로 왼손은 왼쪽으로 공기를 쓰다듬는 듯한 모습을 보인 후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가 끝나자 창고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창고 바닥을 구르며 웃고 있었고 흰 수염의 노인도 마찬 가지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웃음소리는 잦아들었다. 웃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옷에 뭍은 흙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흰 수염의 노인은 온화한 표정으로 변해 태음에게 굽실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놀라운 연주를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희를 위해 연주를 한번 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타이만이 떠듬떠듬 통역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조금 전까지 몸을 숙이며 움츠리고 있던 성환이 당당한 표정으로 흰 수염의 노인에게 다가가 이야기했다.

 

“연주에 관해서는 저와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

 

성환은 타이만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통역하라는 손짓을 했다. 타이만이 통역하자 흰 수염의 노인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태음 군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성환이라고 합니다.

 

성환은 프린트 후 코팅한 명함을 흰 수염의 노인에게 건넸고 흰 수염의 노인은 명함을 보는 둥 마는 둥하고 다시 태음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자 다시 성환이 흰 수염의 노인의 앞을 막으며 말한 후 타이만에게 손짓했다.

 

“태음 군과의 모든 일은 저를 통해서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

 

성환의 표정을 본 타이만은 성환보다 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흰 수염의 노인은 태음을 쳐다보았고 태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성환과 흰 수염의 노인은 타이만을 바라보았고 통역을 통한 대화가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던 흰 수염의 노인은 갑자기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통역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답답해서 안 되겠군 영어 할 줄 하는가?

 

성환은 당황하지 않았고 말했다.

 

“네 조금 할 줄 압니다. 계약 사항에 관해서 이야기 하도록 하죠."

 

“연주비용은 장소와 인원에 따라 틀립니다.

 

어떻게 다릅니까?”

그건 우선 제가 세부사항을 알아야 합니다. 성환은 말끝을 흐리고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수첩에 들고 물었다.

 

“연주 장소는 어디 입니까?

 

“라이베라 아트 홀이오."

 

“아 라이베라 아트 홀이군요.

 

성환은 수첩에 라이베라 아트 홀이라고 쓰려다가 놀라서 다시 물었다.

 

“네 라이베라 아트 홀이요? 거긴 중동에서 가장 큰 연주 홀로 세계최고의 음악가들만 연주하는 곳이지 않습니까?

 

“맞소."

 

성환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흰 수염의 노인 비행기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자세한 것은 비행기에서 이야기 합시다. 저 사람은 여기 두고 가는 갑시다.

 

흰 수염의 노인이 타이만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고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말하는 느낌으로 분위기를 파악한 타이만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그때 태음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타이만은 저희의 친구입니다. 함께 가지 못한다면 저도 가지 않겠습니다.

 

“ 아 그렇군요.” 저 사람도 함께 간다. 같이 태워라”

 

흰 수염의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이베라어로 말했다. 성환의 눈에 타이만과 태음이 비행기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성환은 너무나도 갑자기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해 머릿속이 복잡했다. 흰 수염의 노인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환의 손을 잡이 끌었다. 비행기에 타니 큰 공간이 있었고 앞쪽 문을 열자 여객기와 같지는 않았지만 앞쪽으로 향하는 의자들이 4열씩 10개 정도 있었다. 앞쪽에 태음과 타이만이 무장한 사람들과 탔고 흰 수염의 노인은 성환과 같이 탄 후 흰 수염의 노인은 성환을 흰 수염의 노인의 앞에서 왼쪽에 앉힌 후 자신은 가장 뒤쪽 오른 편에 앉았다. 그리고 태음을 바라보며 손짓으로 자신의 옆자리로 불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라이베라 공화국에는 화해의 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1년에 하루 왕가의 사람들과 신하들 장로들과 군부의 사람들이 어떠한 분쟁 중이라도 라이베라 아트 홀에서 음악을 듣는 날입니다. 그 하루는 분쟁당사자간의 어떠한 충돌도 용납되지 않으며 그것을 어겼을 시에는 어긴 쪽이 상대편이 요구하는 요구조건 세 가지를 들어 줘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의 음악 연주를 들으며 마음을 추스르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삼촌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던 우리아 2세가 만든 날입니다. 태음 군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원래는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어긋나게 되면서 마음을 울리는 당신의 피아노 소리는 화해의 날에 걸맞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렇게 부탁하게 된 것입니다. 제 부탁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흰 수염의 노인은 태음의 손을 잡으며 말했고 태음은 흰 수염의 노인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태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성환은 흰 수염의 노인의 옆자리로 가서 매니저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나 오시는 연주 입니까?

 

“다해서 70명 정도 될 것이오."

 

“그렇군요! 그러면 일인당……”

 

“네?

 

50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곳에 70명이요?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농담이 아니오! 왕족과 장로 그리고 군 장성들만 올 것이기 때문에 70명 정도 올 것이오."

 

“아 그렇군요. 그런데 개런티는 어떻게 되는지. 태음 군이 하기로 해도 가장 중요한 개런티가 맞지 않는다면 매니저인 저로서는 허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말끝을 흐리는 성환에게 흰 수염의 노인이 말했다. 입장객 한 명당 만 불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명당 만 불이요!

 

성환은 가지고 있던 수첩을 떨어뜨리며 조금 전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환의 태도를 오해한 흰 수염의 노인은 황급히 이야기 했다.

 

“부족하면 더 드릴 수 있습니다. 2만 불 어떻습니까?

 

떨어진 수첩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성환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지만 이내 몸을 일으키면서 거만한 표정으로 바꾼 후 말했다.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네 그럼 1인당 2만 불로 하죠.

 

대화가 마치자마자 갑자기

 

“삐 삐 삐”

 

갑자기 신호음이 울리며 비행기의 조명이 빨간 불로 바뀌었고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비행기 뒤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나와 함께 갑시다.”

 

흰 수염의 노인은 성환의 손을 잡은 후 뒤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성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태음 쪽을 바라보았다.

“피아니스트의 안전은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중에 최고의 사람이 함께 할 테니”

흰 수염의 노인이 말했다.

뒤쪽에 문이 달려있던 벽이 위쪽으로 들렸고 앞쪽에 있는 무장한 사람들이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메고는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흰 수염의 노인에게 가방 하나를 건네고는 뒤쪽으로 걸어갔다. 흰 수염의 노인은 가방을 멘 후 성환의 등 뒤에서 허리를 잡고는 자신의 몸과 성환을 벨트로 묶기 시작했다.

“지금 설마 여기서 뛰어내리는 겁니까?

“보기보다 재미있소. 뛰어내린 후에 눈을 감고 있다가 내가 다릴 들라고 하면 눈을 뜨고 다리만 일자로 들면 되오."

성환이 뛰어 내리기 전 태음과 타이만 쪽을 바라보니 타이만이 태음에게 들은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듯한 모습이 보였고 이내 태음과 타이만은 무장한 사람들의 각각 앞에서 비행기에서 함께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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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가지고 있으시죠? 내일 저녁 8시 김해 공항에서 뵙겠습니다.

 

태음의 말에 성환은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정신이 없군요. 제가 따로 준비할 것은 없습니까?

 

“네 저와 동행만 해 주시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일어나는 태음을 황급히 붙잡으며 정대가 말했다.

 

“태음 군 잠깐만요. 이렇게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셔야죠.

 

태음은 명함에 적혀있는 성환의 휴대폰에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며 말했다.

 

“이게 제 전화 번호 입니다. 내일 8시에 뵙겠습니다.

 

“저기 태음 군 태음 군!

 

성환이 붙잡을 겨를 도 없이 태음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사라졌고 정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휴대폰을 들었다. 액정이 다 깨어진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 한 통이 와 있었고 정대는 계약 조건으로 사람만 찾아주면 된다는 태음의 말에 얼떨떨한 상태였지만 여권과 옷 등을 챙기기 위해 일단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온 정대는 컴퓨터를 켜서 계약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일 태음을 만나면 계약서 작성을 마무리하여 태음의 마음이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갑은 을에 대해…….

 

성환은 자신이 작성한 계약서를 읽어 본 후 프린트 버튼을 눌렀고 프린트가 되는 동안 옷을 넣을 파란색 캐리어와 검은색 서류 가방 하나를 창고에서 꺼내어 속옷과 양말 옷가지 등을 넣어서 잠근 후 출입문 입구에 놓아두었다. 프린트가 다되자 스테이플러로 계약서를 한 부씩 찍어서 총 두 개의 계약서를 검은 서류 가방에 넣었다.

빠뜨린 것이 없나 생각하다가 여권이 생각나서 책상 서랍을 열어 여권을 찾다가 예전 사진 하나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진의 주인공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관리했던 가수 겸 기타리스트였던 김한성 이었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한성의 모습을 보자 옛날 일이 떠올랐다.

김한성은 생방송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로1위를 한날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자신의 뒤에 있던 다른 가수를 폭행했고 그 화면은 여과 없이 전국으로 방송 되어 그로 인해 가요계에서 영구 추방 되었었다.

영구 추방이 된 이유는 김한성이 폭행의 이유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 했고 언론에서 김한성의 예전 생활을 조사하다가 김한성의 어머니가 김한성에게 폭행당한 가수의 가사도우미로 일했었고 비싼 보석이 없어지는 불미스런 일로 쫓겨났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었다.

폭행을 당한 가수의 부모님은 음악계에서 알아주는 거물이었고 언론과도 연줄이 있기에 김한성이 폭력을 행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보도 하지 않고 김한성에게 불리한 기사만을 연일 쏟아 내었다. 성환은 김한성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한성의 어머니가 값비싼 보석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쫓겨나게 된 이유가 바로 자신이 폭행한 가수 때문이었다는 것이었다. 한성의 뒤에서 그 가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아줌마 아들이 출새 했네. 근데 그거 아는지 모르겠네? 니 엄마가 훔쳤다던 보석 사실은 내가 용돈이 궁해서 몰래 팔았던 거거든”

 

자신의 힘이 모자라 자신이 관리하던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서랍에 다시 넣고 다른 서랍을 열어 여권을 꺼내 캐리어에 넣은 후 샤워를 하고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깬 성환은 고개를 돌려 침대 옆을 보다가 캐리어 가방을 보고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아침 6시 인가 성환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창 밖을 보았는데 해가 저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시 시간을 확인 하니 오후 6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급하게 옷을 입고 택시를 타고 김해 공항으로 향했다. 성환은 다행이 7 30분쯤 도착했고 태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서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성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일찍 오셨군요!"

 

고개를 돌리니 태음이 배낭 하나를 메고 서 있었다. 함께 수속을 밟기 위해 데스크로 향하면서 태음이 말했다.

 

“그런데 호칭을 어떻게 하는 게 좋으시겠어요?

 

“장 매니저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아 네 그러면 장 매니저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럼 저는 태음 군이라고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여권을 저에게 주세요. 장 매니저님 제가 비행기 티켓을 사올게요”

 

“저에게 주세요. 이런 건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닙니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니 일단 저에게 맡겨 주세요."

 

태음은 이나주 사장이 준 카드로 데안 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는데 데안 에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왕복이 아닌 편도로 구입했다. 태음이 성환에게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건네며 말했다.

 

“비행기는 자정에 출발한다고 하네요."

 

“아 네 그렇군요."

 

“그런데 태음 군.”

 

성환은 자신이 궁금한 것들에 물어 보기 시작했고 두 사람이 비행기를 탈 때까지 계속 되었다. 비행기를 탄 후 안내 방송에서 비행시간은12시간 정도 걸리고 시차는 5시간 정도 된다고 했다. 기내식을 먹은 후 두 사람 모두 바로 잠이 들었고 비행기는 무사히 데안에 도착했다. 성환과 태음은 비행기에서 내려 잠을 찾은 후 택시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다.

 

“상당히 더울 줄 알았는데 서늘하고 괜찮군요.

 

태음이 성환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성환은 아직까지 상황에 대해 어리둥절해 있었기 때문에 태음의 말을 그냥 흘려 들으며 대답했다. 그 때 두 사람의 뒤에서 어설픈 한국말이 들렸다.

 

“어디로 가십니까?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았고 검은 모자를 쓴 170cm정도에 구릿빛 피부에 콧수염이 있는 한 남자가 다가와 태음의 가방을 잡으려 하며 다시 말했다.

 

“내가 안내해 드립니다.

 

낯선 사람의 갑작스러운 호의에 성환은 경계를 하며 태음의 앞으로 가방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따로 일행이 있습니다.

 

“아 나는 나쁜 사람 아닙니다. 제 이름 타이만 입니다. 한국에서 일한 적 있어서 한국말 조금 할 줄 압니다. 저 도움 됩니다. 같이 하십시다.

 

타이만은 자신의 택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괜찮습니다. 저희 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때 성환의 눈에 외국인의 뒤로 험악하게 생긴 무리가 태음과 성환 쪽으로 손짓하며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고 위험을 느낀 성환은 말했다.

 

“알겠습니다. 빨리 가십시다. 짐을 싣게 뒤 트렁크를 열어 주세요."

 

성환은 자신의 짐을 차 뒤쪽으로 가지고 갔다. 그런데 타이만은 트렁크를 열기 전에 먼저 태음의 가방을 뒤쪽으로 옮겼다. 마음이 급해진 성환은 재촉하기 시작했다.

 

“얼른 트렁크를 열어요."

 

인상이 험악한 무리 중에 한 사람이 갑자기 택시로 뛰어왔고 성환은 눈을 질금 감았는데 험악하게 생긴 무리 중 한 사람이 말했다.

 

“ 잘 지내나 타이만!

 

“오 자심! 여기엔 무슨 일인가?

 

“일이 있어 동생들과 들렸어. 여전히 한국 손님에게 인기가 좋군. 형의 소식은 아직인가?"

 

아직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네.”

형의 소식을 듣게 되면 우리에게 꼭 알려 주기 바라네.”

 

꼭 알려주도록 하지.”

 

그들은 타이만과 잠시 대화를 하다가 어디론가 걸어갔고 태음과 성환은 타이만의 택시에 올라탔다. 정대와 태음은 타이만이라는 사람을 따라 숙소로 향했다. 도착한 곳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허름한 건물 이었다. 정대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태음이 타이만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2층으로 안내된 방에는 싱글 침대가 두 개 있었다.

 

“여기서 씻고 저기서 잡니다.

 

씻을 곳과 침실을 알려주고는 타이만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비행기에서 계속 잠을 잤기는 했지만 몰려오는 피로 때문에 태음과 정대는 씻고 난 후 바로 잠이 들었다.

 

“일어납니다. 일어납니다.

 

“옷 입고 밥 먹으로 갑시다.

 

두 사람이 간 곳은 식당SUN 이었다.  양고기 스프와 빵을 맛있게 먹은 후 타이만은 잠시 밖으로 나갔다. 태음의 눈에 피아노가 들어왔고 무엇에 이끌리듯 태음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도 도 도 도

 

피아노 연주가 끝이 나고 식당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고 박수 소리가 식당을 가득 채웠다. 태음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환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성환과 나갔다가 들어온 타이만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태음을 맞이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죠.

 

태음은 성환에게 미소 띤 얼굴로 이야기했고 태음과 성환 운전기사 타이만은 가방을 들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 타고 왔던 택시가 보였고 두 사람은 택시의 문을 열고 뒤편에 앉았다. 타이만이 시동을 켜려고 할 때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운전석의 문과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이 사람들은 뭐야”

 

성환과 타이만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반면 태음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차분했다. 성환은 차에서 내려 괴한들을 저지하려 했고 그때 괴한 중 한 명이 칼을 꺼내어 성환의 목에 가져다 댔다. 괴한들은 타이만을 끌어내어 12인승 승합차에 태웠다. 태음과 성환을 뒤편 좌석에 앉게 한 후 세 사람이 태음 일행을 마주보고 탔고 운전석이 있는 앞에도 운전자를 포함해 세 사람이 타서 태음과 성환 타이만의 얼굴부터 허리까지 자루 같은 것을 씌워 묶은 후 승합차를 출발 시켰다. 괴한 중 한 명이 영어로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는데 발음이 정확하고 능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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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은 유럽을 돌며 많은 것을 보고 생각을 정리한 후 마지막 여행지로 디델라를 선택했다. 사막의 중간에 있는 큰 호수인 델라를 보기 위해서였다. 황량한 사막의 한 가운데 아주 커다란 호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프랑스에 있던 한 동양인 여성에게 들었고 그 호수를 보고 나면 답답한 마음과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기차를 타고 호수의 한 쪽 끝에 잇는 도시인 디델라로 가게 된 이유는 프랑스와 가까운 쪽을 택해서 데안 에서 내리지 않고 데안과 정반대에 위치한 다일 국제공항에 내렸기 때문이다.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달려서 급하게 표를 사서 바로 타는 소동을 벌인 이후에 데안 국제공항과 디델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비를 줄이려다가 결국은 비슷한 비용을 들여서 멀리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조금 더 확인 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화를 내고 있었을 테지만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대해 채성은 담담했다.

 

‘많이 변했구나! 강채성’

 

스스로 대견 한 듯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고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완행과 직행 두 종류가 있었는데 완행은 디델라까지 하루하고도 18시간이 걸렸고 직행은 15시간이 걸렸다. 채성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직행을 타기로 했다. 표를 살 때 침대 칸과 좌석 칸이 있었는데 채성은 좌석 칸을 골라 탔다. 기차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모자나 보자기 같은 것으로 눈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리고 있었다. 좌석 칸은 통로 양 옆으로 두 명씩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채성은 옆쪽과 앞쪽에는 아무도 없는 곳 중 두 좌석 모두가 비어 있는 입구 근처 창가 쪽에 앉았다. 기차가 출발했고 사람들이 이상한 복장을 한 이유를 알게 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차 창에 심한 모래 바람이 부는 것이 보였고 창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많은 양의 모래가 기차 안에서 흩날리기 시작했고 채성은 급하게 손으로 코와 입을 가렸지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가 젖은 손수건을 채성에게 건네었고 채성은 손수건을 다른 사람들처럼 얼굴에 둘러 입과 코를 가렸다. 바람이 잦아들자 손수건을 건넨 사람을 찾았는데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채성은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가방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살구 맛 사탕을 꺼내어 건넸고 아주머니는 잠시 사양하다가 웃으며 사탕을 받아 입에 넣었다. 아주머니의 표정은 이네 놀라움으로 변했고 옆에 사람들에게 데안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열차 안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채성의 주위로 모이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손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지만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탕을 달라는 말인 것 같았다. 채성은 귓가에 울리는 데안어에 정신이 없어서 채성은 자신도 모르게 한국말로 한마디 했다.

 

“사탕은 많으니 조용이 좀 해주세요.

 

그때 눈앞의 한 남자가 어설픈 한국말로 말했다.

 

“한국에서 왔습니까?

 

낯선 곳에서 뜻밖의 한국말을 듣게 되자 채성은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구릿빛 피부에 검은 모자를 쓴 콧수염이 있는 170센티미터 정도 되는 키를 가진 한 남자가 웃으며 서 있었다.

 

“내게 말하면 데안 말로 사람들에게 말해주겠습니다.

 

소리에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는 채성은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막으며 말했다.

 

“ 아 그럼 조용히 하고 한 줄로 서달라고 말해 주세요."

 

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모자의 사나이는 오른 손을 들더니 크게 데안어로 말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오른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한 줄로 섰다. 조용해지자마자 채성은 귀를 막았던 손을 내리고 가방에 있는 살구 맛 사탕 한 봉지를 꺼내어 뜯었다.

 

“한 사람씩 제 앞으로 와달라고 해주세요."

 

채성은 통로 자리에 사탕 봉지를 들고 앉았고 한 사람씩 채성 앞으로 와 살구 맛 사탕을 받아갔고 사탕을 먹은 3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모두 행복해 보였다. 채성은 더 가지고 더 인정받기 위해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아등바등하던 그러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던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탕을 나눠주는 작은 이벤트가 끝나고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고 채성은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 때 건물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황량한 모래사막 옆에 호수라고 하기엔 큰 강 같은 물줄기가 나타났다. 믿기지 않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금 전 사탕을 받기 위해 생겼던 행렬이 채성 앞에 다시 생겼다. 옆 칸에서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모두 입을 막은 채 채성 앞에 줄을 섰고 채성은 갑자기 일어난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듯 웃으며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여러 번 이런 상황이 벌어졌고 마지막 사탕 봉지에 사탕이 네 다섯 개 남았을 때 채성은 갑자기 잠이 쏟아졌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통역을 해주던 남자가 채성을 흔들어 깨웠다.

 

“디델라에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요”

 

채성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갑자기 자신의 가방이 생각났다.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가방은 없었다. 당황하는 채성을 바라보던 남자는 웃으면서 몸을 돌려 자신이 매고 있는 채성의 가방을 보여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가방을 주시죠."

 

채성은 한도의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며 가방을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자신의 오른 손을 가슴에 대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제 택시 기사입니다. 손님 제차를 이용하시지요.

 

채성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방을 뺏기 위해 일어났다. 그러자 검은 모자의 사내가 말했다.

 

저 이곳에서 택시 운전합니다. 안전합니다. 싸게 해드릴 테니 함께 합시다.

 

채성은 체념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검은 모자의 사내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채성은 검은 모자의 사내를 따라 대합실을 지나 창고 같은 곳으로 향했다. 창고 안에는 많은 차들이 있었는데 아마 모래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 창고를 주차장 대신으로 쓰는 듯 보였다. 검은 모자의 사내는 자신의 택시 트렁크에 채성의 가방을 넣고는 오른쪽 앞 좌석 문을 열며 채성에게 손짓을 했고 채산이 앉자 문을 닫은 후 운전석으로 향했다. 시동을 켜며 타이만이 말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맛있는 식당으로 가죠."

 

“맛난 식당 알겠습니다.

 

20분쯤 달린 후 차가 선 곳의 간판을 보니 SUN 이라고 적혀있었다채성은 검은 모자의 사내에게 주문을 맡겼고 타이만은 자신이 즐겨먹는 양고기 스프와 빵을 주문했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채성은 한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을 더 주문했고 그것마저 싹 비웠다.

 

“정말 맛있네요."

 

“여기 스프 값싸고 최고 입니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잠자러 갑니다.

 

검은 모자의 사내는 잠자는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네 그러죠”

 

채성이 검은 모자의 사내의 식사비까지 계산했고 택시를 타고 내린 곳은 2층의 허름한 가정집이었다.

 

“여기서?

 

채성은 검은 모자의 사내가 조금 전 취했던 포즈처럼 양손을 모아 오른쪽 볼에 대고는 말했다.

 

“네 여기서 여기 우리 집입니다. 없는 거 없습니다.

 

채성은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오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바로 올라갔는데 겉모습과는 다르게 안은 정리 정돈이 잘되어 있어 깔끔해 보였다.

 

“여기서 씻고 저기서 잡니다.

 

씻을 곳과 침실을 알려주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채성은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기차 여행이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들었다.

 

“일어납니다. 일어납니다."

 

“모자의 사내가 채성의 침대를 두드리며 깨웠다.

 

“아침입니다. 밥 먹으로 갑니다.

 

“모자의 사내는 채성의 손을 끌었고 당황한 채성은 말했다.

 

“네? 어디로?

 

모자의 사내가 채성의 팔을 잡고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1층이었다. 식탁에는 초가 하나 켜있었고 햄버거 두 개와 콜라가 두 잔 있었다. 그리고 타이만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어제 잘 밥 먹었습니다. 오늘 내가 삽니다.

 

“아 네 그래요”

 

채성은 자리에 앉아서 하품을 한번 하고는 대답했고 검은 모자의 사내는 햄버거와 콜라를 채성에게 건넸다식사를 마친 후 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려 있는 사진 중 다른 사진과 배경이 다른 한 사진을 보며 모자의 사내에게 물었다. 그 사진은 사막이 아닌 바닷가 가 배경인 사진이었는데 모자의 사내는 2년 전 실종된 자신의 형이라고 말했다.  잠깐 우울한 표정을 짓던 사내는 금새 밝은 미소를 보이며 채성에게 물었다.

 

"오늘 어디 갑니까?"

 

“델라에 가보고 싶군요."

 

“여기가 델라 입니다.

 

검은 모자의 사내가 입구 반대편 문을 열자 채성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 같은 것이 보였는데 바로 사막 한 가운데 있는 호수 델라 이었다. 호수를 보는 순간 갑자기 가슴 한 곳에 있던 응어리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제 어디 갑니까?

 

모자의 사내가 말하는 순간 채성은 호수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고 호수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옷을 하나하나 벗고는 그대로 바다 같은 호수에 뛰어 들었다. 아침 일찍 이라 그런지 호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채성은 호수 안에서 소리를 지르지 시작했고 검은 모자의 사내도 옷과 모자를 벗고 달려와 호수에 뛰어 들었다. 1시간 정도 호수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채성의 얼굴은 잘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를 막 푼 듯 환했다. 그리고는 피곤했는지 2층으로 올라가 잠이 들었고 검은 모자의 사내도 옆의 침대에 골아 떨어졌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검은 모자의 사내가 채성을 깨웠고 채성의 배낭을 가져와 채성에게 주며 말했다.

 

“옷 입고 밥 먹으로 갑시다.

 

“아 네 “

 

채성의 얼굴엔 미소가 번져 있었는데 완전하게 검은 모자의 사내에게 적응이 된 얼굴이었다. 다시 SUN으로 향한 두 사람은 양고기 스프와 빵을 맛있게 먹었다.

검은 모자의 사내는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했고 채성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채성의 눈에 낡은 피아노가 들어 왔다. 채성은 피아노 쪽으로 가서 자신이 가장 즐겨 치는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채성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채성의 연주가 계속 되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채성의 피아노 쪽으로 다가 왔다. 피아노 연주를 마치자 주인이 이 피아노를 연주한 사람은 모두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고 채성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자리로 돌아 왔을 때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채성에게 다가와 영어로 말했다.

 

“피아노를 정말 잘 치시는 군요. 내일 도 연주하실 건가요?

 

“아마도요”

 

“아 그래요! 꼭 내일도 와야겠군요. 제가 일이 있어서 지금은 가지만 내일 같이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흰 수염 노인이 자리를 뜨고 잠시 후 검은 모자의 사내가 들어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모두들 난리 났습니다. 들어오다 들었습니다. 피아노 정말 잘 칩니다."

 

“아 아닙니다. 이제 돌아가죠.

 

식당을 나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채성을 향해 양손 모두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그의 연주를 칭찬했다. 타이만의 집에 도착한 후 샤워를 마친 채성은 비행기 티켓을 확인했다.

 

“타이만 오늘이 며칠이죠?

 

“오늘 17일 입니다.

 

“아 벌서 그렇게 되었군요.

 

채성은 마지막 여행지로 디델라를 택했고 데안 국제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편도 티켓을 구했는데 일주일 내의 티켓은 딱 한 장이 남아 있었다. 이후 티켓은 한 달이 지나야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티켓을 구입했는데 비행기 출발 날짜가 18일 이었던 것이다.

 

“내일 아침 6시까지 데안 국제공항으로 가야 해요.

 

“응 뭐라고?

 

“내일 비행기 타요”

 

“안됩니다. 더 있다가 가야 합니다.

 

“비행기 시간이 그래요 미안해요.

 

채성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다음날 공항으로 향했다. 검은 모자의 사내는 모자를 벗어 인사를 했고 채성은 표를 가지고 걸어가다 검은 모자 사내에게 말했다.

 

“제 이름은 강채성입니다. 고마웠습니다.

 

“강채성?

 

“네 강채성입니다.

 

채성은 검은 모자의 사내에게 손을 흔들고 몸을 돌려 출국장을 향해 뛰어가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채성을 불러 세운 것은 하얀 얼굴의 동양인 남자였다.

그는 영어로

 

“이걸 떨어뜨리셨어요."

 

라고 말하며 비행기 티켓을 채성에게 건네었다. 검은 모자의 사내와 계속 한국어로 이야기했기 때문인지 채성은 아무 생각 없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얀 얼굴의 남자가 물었다.

 

“한국인이세요?

 

“네”

 

“저도 한국인 입니다.

 

“티켓까지 찾아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비행기 시간이 급해서요. 지금 드릴 것이 이것 밖에 없네요.

 

채성은 하얀 얼굴의 남자에게 살구 맛 사탕 세 개를 건네고는 바로 출국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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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여기 이 남자분이 사장님을 뵙고 싶다고 찾아 오셨습니다."

 

여자 바텐더는 조금 전의 장난기 있는 목소리가 아닌 절재 된 목소리로 말했다. 용두산 공원에서 만났던 중년의 여성이 이나주 사장이라는 것을 갑작스런 이나주 사장의 등장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나주 사장이 태음 쪽으로 걸어와 웃으며 이야기 했다.

 

“저를 찾아 오셨다고요?

 

“아 그래요? 무슨 일 이신지 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들어보기로 할까요?

 

“아 네”

 

태음은 자신을 모르는 척하며 자신을 안내하는 이나주 사장의 의도를 알 수 는 없었기에 약간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나주 사장의 뒤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사무용 책상과 컴퓨터 책상 뒤로 문이 두 개 달린 옷장 그리고 낡은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고 가운데에 유리로 된 테이블과 검은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이나주 사장이 먼저 검은 의자에 앉으며 태음에게 말했다.

 

“자 태음 군 반가워요. 여기에 앉아요.

 

태음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이나주 사장에게 놀라며 물었다.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십니까? 전 제 이름을 알려 드린 기억이 없습니다만.

 

“우린 몇 번 만났어요. 태음 군의 꿈에서”

 

“꿈에서요?

 

“네 그래요 태음 군의 꿈에서 여러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기억을 못하나 보군요.

 

‘지금 이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거지. 꿈에서 만났다니?

 

태음은 이나주 사장의 말이 황당하게 들렸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따져 묻기 시작했다.

 

“저에게 무슨 일을 하신 건지 말씀해 주세요. 피아노를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는 제가 피아노를 치고 제 피아노 소릴 듣고 사람들이 싸우고 도대체 제게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태음 군 진정해요”

 

이나주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낡은 피아노 쪽으로 가서 앉은 후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태음은 피아노 소리를 듣자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했고 이나주 사장의 목소리가 피아노 소리와 함께 들렸다.

 

“태음 군 이제부터 하는 말을 잘 들어요.

 

이나주 사장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더니 태음은 잠이 들었다.

 

“야 최태음!! 일어나”

 

태음은 빡빡이 형이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 곳은 이나주 사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사무실 이었다.

 

“아 형!

 

“야 잠은 집에 가서 자야지 여기서 뭐하냐? 그리고 사장님은 어디 가셨어?

 

“일이 있다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셔서 기다리다 보니 잠이 들었나 봐요.

 

“그래? 그런데 그 사장님 이상한 사람이네 사람을 한 시간 반이나 기다리게 할 수 있냐? 난 니가 어떻게 된 줄 알았다.

 

사실 빡빡이 형은 여자 바텐더와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그래서 한 시간 반 동안 태음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여자 바텐더가 자리를 비우자 그제야 사장을 따라간 태음이 걱정되기 시작해서 찾아 나선 참이었다.

 

“태음아 그런데 너 아까와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은데 내가 아는 태음이가 아닌 것 같다. 눈빛도 조금은 더 강해진 것 같고 자고 일어난 얼굴은 항상 나사가 하나쯤 빠진 얼굴이었는데 말이지.

 

“너무 푹 자서 그런가 봐요. 형 이제 가요. 여자 바텐더 분이랑은 어떻게 되셨어요?

 

태음은 의자에서 일어나 빡빡이 형을 문 쪽으로 밀면서 웃으며 말했고 빡빡이 형은 조금 전의 궁금증에 대해선 잊어버리고 대신 신나게 여자 바텐더와의 일을 태음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때 이나주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음 군 이번 주 목요일에 저녁 7시에 봐요.

 

태음은 집으로 오면서 이나주 사장과 사무실에서 이야기 했던 것을 떠올렸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지금 모든 것을 말해 주기엔 이야기가 길어요."

 

“한 달간 이곳에서 피아노를 친다면 태음 군이 궁금한 모든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길어도 괜찮으니 말해주십시오.

 

“아 알겠어요."

이나주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피아노 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는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태음은 피아노 소리를 듣자 흥분했던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르바이트 비는 한번에 50만원씩 주도록 할게요. 연주는 잘못해도 됩니다. 그냥 피아노 앞에 앉아만 있어도 되요”

 

피아노 소리를 듣기 전 이었다면 황당한 말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겠지만 피아노 소리를 들은 후 이상하게도 태음은 이나주 사장의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곤 잠들어 버렸고 한 달간 목요일 마다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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